민주.공화 찬반 대립, 샤피로 위원장이 캐스팅보트 행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기소키로 결정할 당시 SEC의 5인 위원회가 소속 정당의 성향에 따라 팽팽하게 대립, 정치적으로 중립인 메리 샤피로 위원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기소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언론들에 따르면 SEC 5인 위원 가운데 민주당 소속인 루이스 아길라와 엘리스 월터 위원은 골드만삭스에 대한 기소에 찬성했으나 공화당 소속인 캐슬린 케이시와 트로이 파드레스 위원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소속 정당이 없는 샤피로 위원장이 기소를 지지하는 의견을 표시, SEC가 골드만삭스를 기소키로 결정했다.

SEC는 골드만삭스가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를 기반으로 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판매하면서 부당한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중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투자자들에게 1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안겨준 혐의로 골드만삭스와 이 회사의 부사장 1명을 맨해튼 연방지법에 기소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 측은 SEC의 기소내용이 법률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하며 법정에서 대응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EC는 5년 임기의 위원 5명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며, 각 위원은 상원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5명의 위원 가운데 특정 정당 소속인사가 3명 이상이 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위원장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로 임명되고 나머지 4명은 민주.공화당 소속 인사로 2명씩 양분된다.

SEC는 대체로 5인 위원의 만장일치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서는 당파적인 성향에 따라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기도 한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메릴린치를 인수할 때 주주들에게 부실을 은폐하고 메릴린치 임직원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한 문제를 놓고 SEC가 1억5천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키로 했을 때도 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찬성한 반면 공화당 위원들은 반대해 2대2로 맞서자 샤피로 위원장이 민주당쪽의 손을 들어줘 벌금 부과가 이뤄졌다.

이처럼 SEC의 5인 위원회가 정파에 따라 견해가 확연히 갈라지는 것은 민주.공화 양당간에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의 방법론을 놓고 뚜렷한 입장차이를 보이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금융위기를 야기한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자본금 충당 요건 강화와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감독.규제, 금융상품으로부터의 소비자보호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금융규제법안의 입법화를 추진 중이다.

이에 반해 공화당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으며, 민주당이 단독으로 입안한 금융규제법안대로라면 납세자의 혈세로 무한정 구제금융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초래된다며 법안 통과를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SEC의 5인 위원회에서도 골드만삭스에 대한 기소건으로 팽팽하게 의견이 엇갈린 사실이 언론에 공개됨에 따라 향후 법원의 심리과정에서 SEC 측 변호인이 배심원에게 논리적으로 기소내용을 납득시키는데 어려움이 예상되며, 골드만삭스 측에서는 SEC 위원들 간의 의견차가 컸다는 점은 SEC가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방증이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