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피소 이슈로 한국 증시가 1700선을 위협받고 있다. 금융주의 낙폭이 큰 가운데 외국인은 나흘째 금융주에 대한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기관은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골드만삭스 사태는 국내 금융주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외국인의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기관은 최근 대규모 펀드환매 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매수세를 유지하기가 버겁다는 진단이다.

◆금융주, 외인 나흘째 순매수 vs 기관 순매도

전주말 다우존스산업지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제소했다는 소식에 금융주를 중심으로 125.91포인트(1.13%) 하락했다.

이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로 한국증시의 금융주들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주의 주가하락을 주도하는 주체가 외국인이 아닌 기관이라는 사실이 눈에 띤다.

19일 오후 2시33분 현재 외국인은 코스피 금융업종 종목을 282억원어치 사들이며 나흘째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관은 352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미 금융주에 악재가 있을 때 외국인들이 한국 금융주에서 자금을 빼가는 것이 공식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골드만삭스 문제는 그리스 재정악화 사태와 같은 국가적인 일이 아니라 개별 회사에 대한 문제고, 국내 금융주와도 무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정부가 금융개혁을 위해 정치적으로 대표적인 투자은행을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골드만삭스가 파산할 일은 없다는 진단이다.

이 연구원은 "이날 코스피가 1.9%정도 빠지고 있는데 금융주는 많아야 3% 내외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금융주가 10%정도 상승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금융주를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금융사들은 골드만삭스와 같은 파생상품 투자를 한 적이 없다"며 "이번 일로 한국 금융주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관, 펀드환매·中 농업은행 IPO 부담

전문가들은 기관이 외국인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최근의 대규모 펀드환매와 중국 농업은행 IPO(기업공개) 등에 따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태경 연구원은 "금융주의 주가는 최근 계속 올라 높은 수준에 있었다"며 "기관의 경우 대규모 펀드환매로 인해 금융주가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전환한 지금 매수세를 유지하기가 버거울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4대 국영은행 중 하나인 농업은행의 상장 소식도 기관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이다.

박정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농업은행은 IPO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과거 외국인은 중국 대형은행 상장시 다른 아시아시장에서 금융주의 비중을 조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기관들이 외국인의 움직임에 앞서 비중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업은행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중국과 홍콩 동시 상장을 위해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도이체방크 등 9개사를 IPO주관사로 선정했다. 농업은행의 IPO 규모는 최대 2000억위안(약 293억달러)로 사상 최대규모가 될 전망이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