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례가 속속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러한 사제들의 상당수가 사정을 전혀 모르는 다른 교구나 타국의 교구로 옮겨다니며 사제직을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AP는 자체 취재망을 동원해 6대륙 21개국에서 취재한 결과 이런 경우가 3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아동 성추행 혐의를 인정한 한 사제의 경우 이후 필리핀 교구로 옮겨갔고 미 가톨릭 교회는 이 사제에게 돈을 보내면서 출처를 비밀에 부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제는 캐나다에서 성적 학대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뒤 프랑스로 건너가 2005년에 같은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고, 어떤 사제는 아동 성추행 혐의와 소아성애자라는 진단을 받은 뒤에도 아일랜드와 영국의 교구를 오가며 활동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살던 조 캘랜더는 14세였던 1959년 가톨릭계 학교 재학 당시 '마리오 페조티'라는 사제에게 3차례 성폭행당한 것으로 드러나 1993년 학교측의 손해배상금 17만5천달러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페조티는 1970년부터 2003년까지 브라질의 카야포 원주민들을 상대로 사역했고 2003년 이탈리아로 돌아왔다가 2008년에 다시 브라질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캘랜더가 교회측에 항의하면서 페조티는 서둘러 이탈리아로 돌아왔다.

2006년 1월 미 플로리다주를 방문한 사제 비제이 바스크르 고두구누루는 15세 미국인 소녀를 성추행했다가 체포돼 인도로 쫓겨났으나 지금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작은 교구에서 신도 및 어린이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앨런 우드콕 사제는 뉴질랜드의 한 기숙학교 학생이었던 테리 카터를 성추행하고 최소 11명의 남자 아이들을 성당 건물에서 성추행하다 아일랜드로 보내졌으나 2004년 뉴질랜드 사법당국에 인도돼 21건의 아동 성추행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카터는 "가톨릭 교회는 그를 이 나라에서 서둘러 빼내 아일랜드로 보냈다"며 "그들은 그가 수년간 다양한 장소에서 성추행을 저지른 후에 뉴질랜드를 떠나도록 했다"고 비난했다.

한때 베네딕토회 수사였던 리처드 사이프는 "만약 사제가 문제를 일으키고 스캔들에 휘말리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 가톨릭 교회측은 그들을 해외의 다른 교구로 보내는 것이 일종의 패턴"이라며 "스캔들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 교회측은 이에 대해 문제가 된 사제들 스스로 해외의 다른 교구로 옮기고 새 교구에선 사제들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모르거나 들어도 믿지 않고 사제들이 회개하고 변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종종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리우데자네이루 AP=연합뉴스)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