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큰 선물이며 인생의 중요한 주제가 된다'는 취지의 올해 천주교 부활절 메시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최근 우리 사회는 생명 윤리와 관련된 첨예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존엄사와 낙태,인공수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신령님의 점지니 인명재천이니 하면서 신의 영역으로 치부됐던 탄생과 죽음이 이제는 일정부분 인간에 의해 조정되는 느낌이 든다.

작년 4월 필자는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개최된 임상실험에 있어서의 윤리에 관한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이 주제도 인간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직결되어 있다.

모든 약은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고는 시판될 수 없다. 그러나 이 평범한 실천지침이 확립되는 데도 역사적으로 우여곡절이 있었다. 수면제로 엄청난 매출을 기록한 독일 제약회사가 그 약 복용으로 말미암아 기형아가 출산됐다는 혐의로 1968년 재판에 회부됐다. 이 회사는 수면제를 임산부에게도 권하면서 시판에 앞서 새끼를 밴 동물에 대해 실험을 하지 않았다. 이 수면제 재판은 모든 새로운 의약품에 대해 임상실험이 끝난 뒤 제조허가가 떨어지게끔 의약품법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위대한 의학적 발명 뒤에는 위험한 실험이 따라야 한다. 임상실험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누구에게 먼저 신약을 실험할 것인가가 큰 골칫거리다. 자기가 실험대상이 돼야 한다면 아무리 아픈 사람이라도 검증되지 않은 약은 언짢기 마련이다. '곰보'를 면하게 한 천연두 예방접종을 두 살 된 처남에게 처음 실시한 지석영 선생처럼 개발자 가족에게 실험해 보거나,최근 상영되고 있는 영화 <셔터 아일랜드>에서처럼 정신병원 입원환자에게 실험하기도 했다. 전쟁터에서 지휘관이 선봉에 서듯이 제약회사 사장이 실험대상으로 나서고,중국에서는 신종플루 백신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위생부 부장(우리의 보건복지부장관에 해당)이 직접 피험자로 나서기도 했다.

필자는 학술대회 참관 후 우리나라에서 피험자를 모으는 방법,또 예측되는 위험과 불편,부작용,보상방법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관심갖고 있던 차에,치료제 임상실험 모집광고를 보고 실험에 응한 피험자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본 적도 있다. 이러한 임상실험에는 취업난이나 등록금 때문에 고민하는 젊은이가 짧은 시간 내 목돈을 벌기 위해 참여하고 있었고,이들은 이런 형태의 '신체 제공형' 아르바이트를 '마루타' 아르바이트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치료제의 임상실험이라 하더라도 의도하는 질병이나 상태 체질을 갖고 있는 환자에게 실시되기 전 우선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하면서 그에 따른 신체적 약리 작용을 관찰하고,적정 투여량을 측정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피험자의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은 분명히 있다. 의료당국이나 임상실험종사자는 피험자의 안전성 보장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juhlee@hwaw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