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상황은 "이보다 좋을 수 없다"로 요약된다. 1월보다 2월,2월보다는 3월 판매가 20~30% 이상씩 늘어나고 있어서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 중인 데다 신차 효과까지 겹쳤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에서는 '자동차의 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분기 기아차 판매 68.7%↑

현대자동차는 지난 1~3월 국내에서 총 16만8030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29.9% 성장했다. 해외 판매량은 67만2228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에 비해 37.8% 늘어난 성적표다.

기아자동차의 상승세는 현대차 이상이다. 1분기 내수 10만5231대,수출 36만9913대 등 총 47만5144대를 팔아 지난해 1분기 대비 68.7% 늘어났다. 현대 · 기아차 실적 호조의 가장 큰 이유로는 신차 효과가 꼽힌다.

신형 SM5 출시 효과를 보고 있는 르노삼성 역시 1분기 판매가 100.7% 늘었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라세티 프리미어에 기대를 걸고 있는 GM대우는 대우자동차판매와 결별했음에도 지난 1분기 판매대수가 23% 늘었다.

쌍용차 역시 러시아 수출 재개 등에 힘입어 올해 1분기 판매가 전년 대비 132% 증가,지난해 1월 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해외 공장 '쌩쌩'

국산차 업체들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공장들도 매달 출고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3월 현대차 해외 공장 판매대수는 16만3559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1.6% 늘어났다. 미국과 중국 체코 공장 등의 생산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아차 역시 3월 해외 공장 출고대수가 5만7275대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9% 늘어났다.

글로벌 자동차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미국 시장 판매량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3월 현대차 미국 판매대수는 4만7002대로 1년 전보다 15.4% 늘었다. 3월 기아차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많은 3만522대를 기록했다. 해외 재고 감소와 글로벌 경기 회복의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해외 업체들도 기지개

호황을 맞은 것은 국내 업체들만이 아니다. 도요타,GM,포드 등 대부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지난 3월 20~40%의 판매 신장세를 기록했다. 현대 · 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규모 리콜 사태로 궁지에 몰려 있는 도요타는 지난 3월 저리 할부 등 전례가 없는 판촉전을 통해 미국 시장 판매량을 1년 전보다 41% 확대했다.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시장 판매량도 같은 기간 각각 40%와 21% 늘어났다. 반면 크라이슬러는 이 기간 중 8% 감소했다.

◆하반기에는?

업계에서는 자동차 업계 호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침체기에 자동차 구매를 미뤘던 소비자들 대부분이 올해 중 자동차를 구입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신차들이 상반기 중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것도 매출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복병도 있다. 국내 시장 일각에서는 '보조금 효과'가 사라졌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소비자가 지난해 노후차 교체 보조금을 받고 새 차를 구입했다"며 "보조금이 사라진 올해 지속적으로 수요가 유지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마케팅 비용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면 시장 지배력이 떨어지고 맞대응하면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대적인 판촉전을 벌이고 있는 도요타의 3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늘어난 것은 마케팅비와 매출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시세 전문 웹사이트 에드먼즈닷컴은 도요타가 지난 3월 차 1대당 평균 2256달러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