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휴대폰 시장에 뛰어듦에 따라 세계 모바일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일차적으로는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주도하고 있는 휴대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휴대폰 등에 탑재하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과 휴대폰 등으로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애플 · 구글 방식 절충

MS 휴대폰 사업은 애플 방식과 구글 방식을 절충한 것이다. MS는 애플처럼 휴대폰 디자인,소프트웨어,유저인터페이스(UI) 등은 직접 개발하고 생산은 외부에 맡긴다. 또 애플이 초기에 AT&T를 통해 아이폰을 공급했듯이 버라이즌을 통해 폰을 공급한다. 외주생산업체를 공개한다는 점에서는 구글을 닮았다. 구글은 대만 HTC를 통해 넥서스원을 생산하고 MS는 일본 샤프를 통해 생산한다.

그동안 관련업계에서는 MS가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작년 9월에는 테크놀로지 매체인 기즈모도가 MS가 개발 중이라는 핑크폰 2개 모델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모델은 '터틀'과 '퓨어'로 화면을 옆으로 밀면 컴퓨터 자판과 똑같은 키보드가 나오는 '사이드킥 쿼티 키보드'가 특징이었다. MS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MS가 휴대폰 시장에 뛰어든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MS는 윈도라는 OS로 30년 이상 세계 PC시장을 주도했다. 한때는 영업이익률이 40%를 웃돌았다. 100원어치를 팔면 40원 이상을 이익으로 남겼다는 얘기다. 그런데 세상은 지금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이동 중에도 휴대폰 넷북 등 각종 모바일 디바이스로 작업할 수 있는 모바일 시대가 열리고 있다.

MS는 윈도모바일이라는 모바일 OS로 윈도의 지배력을 연장하려고 했다. 그런데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고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해 버린 데다 구글이 개방형 모바일 OS 안드로이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야심적으로 내놓은 윈도모바일 6.5는 호평을 받지 못했다. 영원한 우군으로 여겨졌던 삼성 LG마저 슬금슬금 안드로이드폰을 내놓기 시작했다.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

MS는 지난 2월 윈도폰7이라는 새로운 모바일 OS를 내놓았다. 다행히 이 모바일 OS에 대해서는 반응이 좋은 편이다. 금년 말께는 윈도폰7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윈도폰7이 호평받는다 해도 PC 시절 윈도만큼 돈을 벌어주진 못한다는 점이다. 개방형 OS 안드로이드가 있는 마당에 큰 돈을 요구하면 휴대폰 메이커들이 받아줄 리 없다.

그렇다면 윈도폰7이 뜬다 해도 모바일 OS만으로 모바일 주도권을 잡기는 어렵다. 이미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와 앱스토어로 거대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구글도 지금까지 인터넷으로 제공해온 검색 G메일 구글맵스 구글어스 등의 서비스를 모바일로 구현해 모바일 광고 등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려 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MS로서는 어느 것 하나 똘똘한 게 없다. 모바일 OS,모바일 검색,모바일 서비스 등에서 애플 구글한테 밀린다. 모바일 OS로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휴대폰에 검색엔진 빙(Bing)을 비롯한 자사 서비스를 탑재하기 어렵고 모바일 검색,모바일 광고 등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기 어렵다. 모바일 장터인 윈도마켓플레이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도 디바이스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고민 늘어난 휴대폰 메이커들

MS가 휴대폰 시장에 뛰어든다 해도 애플처럼 시장을 크게 잠식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사 모바일 OS를 탑재한 휴대폰을 많이 보급하는 게 일차 목표이기 때문에 삼성 LG 등 협력사들을 무시할 순 없다. 따라서 구글처럼 자사 모바일 OS를 확산시키기 위한 '레퍼런스 폰'을 내놓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휴대폰 자회사 데인저를 거느리고 있어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등 휴대폰 메이커들로서는 애플 구글에 이어 MS까지 휴대폰 시장에 뛰어드는 게 달가울 리 없다. 무엇보다 패러다임이 달라진 게 문제다. 전에는 좋은 휴대폰을 만들어 많이 팔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지금 애플 구글 MS는 모바일 플랫폼을 장악하고 모바일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투고 있다. 휴대폰 메이커들은 자칫 구경꾼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패러다임 시프트는 2008년 7월 애플이 앱스토어를 열면서 시작됐다. 애플은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 프로그램)을 거래하는 장터를 열어 전 세계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15만개 앱이 올려졌고 30억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태블릿PC 아이패드 발매를 계기로 온라인서점 아이북스까지 열어 둘을 결합했다. 거대한 장터를 선점해 버린 것이다.

휴대폰 메이커들은 뒤늦게 비슷한 형태의 앱스토어를 열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구글이나 MS가 개설한 앱스토어에 기댈 수도 없다. 자체 앱스토어를 키워 이를 기반으로 모바일 서비스까지 할 것인지,아니면 종전대로 휴대폰 태블릿 등 디바이스만 만들 것인지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MS의 휴대폰 시장 진출로 고민 하나가 더 늘어났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