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은 한 걸음 가까이, 붙박이 이운재는 흔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이 이제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프로축구 K-리그에서 뛰는 태극전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다음 달 대표팀을 소집하는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이르면 이달 말 23명의 월드컵 최종 엔트리 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비 태극전사들로서는 월드컵 본선 참가 여부가 넉넉잡아도 한 달 안에는 결정되는 셈이다.

특히 허정무 감독이 부를 국외파 주축 선수들은 이미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남은 자리를 놓고 싸워야 하는 K-리거들로서는 매 경기가 살얼음판일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 열린 K-리그 6라운드 경기에서도 코치진을 웃게 한 선수가 있었던 반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 선수도 있다.

먼저 이동국(전북)은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희망을 부풀렸다.

이동국은 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에서 동점골과 역전골을 퍼부으며 3-2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는 5경기 만에 뒤늦게 터진 득점포이지만 창춘 야타이(중국)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 4차전을 포함하면 최근 3경기 연속골이다.

세 경기 모두 상대의 골문을 가른 이동국의 골이 결승점이 됐다.

지난달 3일 영국 런던에서 치른 코트디부아르와 국가대표팀 친선경기(2-0 승)에서도 깔끔한 발리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는 등 지난해 K-리그 득점왕 이동국이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대표팀 승선을 반신반의하던 분위기도 많이 누그러뜨렸다.

반면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맞대결에서는 이운재와 조원희, 강민수 등 수원에서 뛰는 예비 태극전사들의 경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도 이날 경기를 직접 관전한 대표팀의 허정무 감독과 김현태 골키퍼 코치를 걱정스럽게 한 이는 골키퍼 이운재(수원)였다.

대표팀 부동의 골키퍼 이운재는 어이없는 실수까지 범하면서 전반 24분부터 8분 동안 세 골을 허용해 1-3 패배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허 감독이 "AFC 챔피언스리그를 함께 치르느라 피로가 쌓인 것 같다"라면서도 "계속 지켜봐야 하지만 경기력을 빨리 회복해야 한다.

경기력 떨어지는 상황이 염려스럽다"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이운재의 경기력을 걱정하는 것은 단지 이날 모습 때문만은 아니다.

대표팀 골키퍼 중에서 이운재는 올 시즌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팀 실점을 모두 골키퍼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일단 이운재는 정규리그 5경기에서 12실점이나 했다.

대표팀 후보 골키퍼인 정성룡(성남.5경기 3실점)이나 김영광(울산.6경기 7실점)은 물론 최근에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김용대(서울.5경기 4실점)보다도 골을 더 내줬다.

대표팀 중앙수비수 강민수도 만회골을 터트리긴 했지만 서울의 공세에 여러 차례 위기상황을 노출했고, 수원의 주장인 중앙 미드필더 조원희 역시 중원 싸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팀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들과는 달리 오범석(울산), 차두리(프라이부르크) 등 쟁쟁한 오른쪽 풀백 자원과 경쟁 속에서도 실낱같은 월드컵 참가 꿈을 버리지 못한 최효진(서울)의 플레이는 돋보였다.

포항에서 옮긴 측면 수비수 최효진은 이날 자제했던 공격 본능을 마음껏 드러내면서 이적 후 첫 골까지 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한 데얀에게 조명이 집중됐지만 대표팀에서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공격수 이승렬도 4만8천여 관중이 지켜본 `빅매치'에서 주눅 들지 않고 제 몫을 해줬다는 평가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