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공사까지 줄어 '경영난'
분양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자 건설업체가 어음 대신 분양가가 1억5000만원짜리인 아파트 2채로 계산한 것.D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완전히 죽어 큰일인데 잘 팔리지도 않은 미분양 아파트를 받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지방 건설경기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중소 건설하청 업체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레미콘은 물론이고 타워크레인,아스콘,콘크리트,골재,모래 업체들 중 상당수가 계속되는 자금난에 빠진 상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업체들은 작년 말부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가동률의 경우 13.62%로 급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인 2007년 19.99%,2008년 17.76%,작년 19.94%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시멘트 생산지인 강원도 일대 공장의 가동률은 2%대까지 내려 앉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경기 불황에 관수공사까지 감소세여서 업체들이 덤핑경쟁에 나서는 실정"이며 "3~4개월짜리 어음은커녕 아파트결제도 감사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건설경기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인 타워크레인 가동률도 지난해 말 44.4%로 추락,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는 국내 타워크레인 3300여대 중 제대로 가동되는 것은 1500대에도 못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임대단가도 큰 폭으로 떨어져 업체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다. 8t T형의 경우 2년 전에는 임대단가가 7000만~8000만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4500만원대까지 폭락했다. 업체들이 타워크레인을 팔겠다고 타워크레인 임대조합에 내놓은 물량도 1월 초 3대에서 지난달에는 14대로 불어났다.
이들 하청업체는 마이너스 세금계산서 발행 요구에도 시달리고 있다. 한 지방 레미콘 공업 협동조합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자금난에 시달리자 공사현장 진입로에 자갈을 깔거나 현장 소요물품 구입 비용을 레미콘업체 측에 청구하는 마이너스 세금계산서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업계 전반의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하청업체에 부담을 떠안기는 셈이다.
아파트 등으로 대신 결제하는 대물결제는 과거엔 지방 건설업체에서만 나왔지만 최근에는 1군 건설업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건설경기 침체는 레미콘과 타워크레인 업체를 넘어 아스콘,콘크리트,골재 업체들로 이어지고 있다. 아스콘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정부의 공공부문 조기 발주로 상황이 그나마 괜찮았지만 올해는 관급 공사까지 줄어 상황이 악화됐다"며 "원유가격 상승으로 아스팔트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경영압박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