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TESAT) 덕분에 술술 풀었어요. "

지난 21일 삼성 입사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치러진 서울 대치동 단국대 부속고등학교.수험장을 나선 박모씨(25 · 성신여대)의 입가엔 미소가 흘렀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는 기회비용이나 비교우위 같은 경제용어에 자신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고 했다. '아킬레스건'이었던 경제 · 경영분야가 전략과목으로 바뀌었다는 자신감이 들어서다. 한국경제신문이 시행하는 경제이해력 검증시험인 테샛 덕분이었다.

박씨는 "테샛을 공부하면서 경제의 기본 개념을 탄탄히 익힌 게 큰 도움이 됐다"며 "위안화 절상의 영향을 묻는 문제 등은 테샛 문제와 똑같이 출제돼 막힘없이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년과 올해 두 번 테샛시험을 봤다는 주모씨(25 · 서강대)는 "작년 가을부터 취업을 준비하면서 테샛면을 포함해 경제와 산업관련 기사들을 유심히 본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씨는 다른 기업들의 인 · 적성 검사에 비해 SSAT는 경제상식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고 한국경제신문을 애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수험생들 중에는 "SSAT 문제가 테샛 문제보다 쉽게 나와 문제 풀 때 마음이 편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TV프로그램 '1박2일'을 활용한 문제도

SSAT는 언어 수리 추리 직무적성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추리 영역이 어려웠다는 얘기가 많았다. 추리영역 30개 문제 중 5~10개 문제는 대부분 수험생들이 손도 못댈 정도였다.

서강대 출신의 정모씨(28)는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할 때 언어나 수리는 유형이나 난이도가 비슷했지만 추리문제는 예전보다 복잡해져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과거 기출문제나 모의고사에선 'A는 빨간 옷을 입고 키가 크다'는 식으로 설명이 두 개였지만,올해 실제 문제는 'A는 빨간 옷을 입고 키가 크고 모자를 썼다'는 식으로 경우의 수가 많아져 훨씬 어려웠다고 전했다.

'raskaler'라는 필명을 쓰는 한 직장인은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후기에서 "작년엔 언어 수리 4개 문제씩 못 풀었지만 올해는 다 풀었다"며 "추리나 상식은 더 어려워져 이 분야가 당락을 좌우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기억에 남는 문제로는 KBS TV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의 여행 일정표를 주고 여행지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 아닌 것을 고르라는 문제가 꼽혔다.

설명하는 단어의 첫 영문 알파벳 글자를 컴퓨터 자판에 친 뒤 한글로 된 단어를 완성하는 문제도 특이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예문으로는 △2014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도시 △친환경 자동차 연료인 수소의 원소기호 △주커버그가 하버드 재학시절 만든 SNS(Social network service)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이 나왔다. 예문은 순서대로 소치(Sochi),H,페이스북(Facebook),OEM을 설명하는 단어다. 한글자판으로 놓고 이 단어의 영문 첫 철자를 치면 S(ㄴ),H(ㅗ),F(ㄹ),O(ㅐ), 즉 노래라는 답이 나온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페이스북의 F(ㄹ)와 트위터의 T(ㅅ)가 헷갈리며 정답이 '노래'와 '노사'로 갈렸다.

◆상식문제 1번은 바다폰

삼성 관련 문제들 중에는 상식문제 1번으로 스마트폰 열풍과 관련, 삼성 바다(웨이브) 폰의 특성으로 맞지 않는 답을 고르는 문제가 나왔다. 답은 폐쇄형이었다. 삼성이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설명을 묻는 문제도 수험생들이 기억에 남았다고 답했다. 이 밖에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원소스 멀티유즈와 연결짓는 문제 등도 수험생들에게 인상 깊은 문제였다.

SSAT 시험을 칠 때마다 화제가 되는 직무적성검사 문제는 아직 사회 경험이 적은 수험생들을 고민에 빠뜨리기도 했다. 지방 출장 중 갑자기 일정이 꼬이면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에 많은 수험생들이 '서울로 돌아간다','상사에게 연락을 시도한다','상사의 상사에게 보고한다' 등의 보기를 두고 답이 엇갈렸다.

조재희/심성미/심은지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