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고의성 뒷받침할 이양 집 침입, 납치 부분 못밝혀내
사망추정시간 '두루뭉술'..이양 집 사전파악 여부 의문점

부산 여중생 이모(13)양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길태(33)에 대한 9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한 경찰이 18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번 사건의 고의성을 밝힐 수 있는 증거를 여전히 확보하지 못한 채로 검찰에 송치돼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경찰은 이양 집과 성폭행ㆍ살해 추정장소 및 시신 유기장소 등 6개소에 대한 현장 정밀감식을 진행한 결과 이 양 몸에서 발견된 김길태의 DNA, 시신이 유기된 물탱크 안 비닐봉지의 휴지뭉치에서 이양과 김의 DNA 등을 주요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또한 경찰은 이양 집 인근 빈집에서 김의 지문과 DNA가 묻은 담배꽁초, 시신 유기과정에서 사용된 백색 시멘트가 묻은 김의 검은색 후드티 등도 핵심증거자료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검거 이후 범행 일체를 부인하는 김길태의 완강한 태도에 프로파일러와 뇌파 검사ㆍ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하고 이양 몸에서 나온 DNA 등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해 성폭행과 살해, 시신유기와 관련 김의 진술을 받아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의 고의성, 계획성을 뒷받침할 이양 집 침입과 납치 혐의에 대해 김길태가 "자신의 주량보다 많은 술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현장검증 재연까지 거부해 끝내 밝히지 못했다.

다시말해 경찰은 물증이 확실했던 성폭행 혐의와 달리 사건현장과 주변에서 이양 집 침입과 납치 혐의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김길태의 입을 여는 데 실패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또한 경찰은 이양 사망시점과 관련해서도 "정확한 시간을 특정할 수 없다"는 국과수 부검결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양이 어머니와의 통화를 마지막으로 실종된 지난달 24일 오후 7시부터 25일 오전 5시 사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밝힌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외에도 김길태가 범행 후인 지난달 25일 양부모 집에 와서 갈아신었다는 신발을 찾지 못해 이양 다락방과 세면장에서 발견된 족적과 대조하지 못한 점, 만취 상태에서 좁은 다락방 창문으로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와 이양 집의 구조와 이양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도 추후 검찰에서 밝혀야할 숙제로 남았다.

경찰은 범행 고의성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김길태의 진술에 휘둘렸다는 지적은 피할 길 없어 보인다.

경찰은 이날 오후 A4 용지 5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수사서류를 검찰에 넘긴 데 이어 19일 김길태 신병을 비롯한 사건 일체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향후 검찰은 이번 사건의 침입, 납치, 살해 과정에 대해 미진한 수사를 보완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됐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