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쇼트트랙 대표팀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영광과 아쉬움을 모두 뒤로 한 채 세계 정상의 실력을 다시 입증하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동계올림픽 2관왕 이정수(단국대) 등 남녀 대표팀 10명은 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19-20일, 불가리아 소피아)와 2010 ISU 세계 쇼트트랙 팀선수권대회(27-28일, 이탈리아 보르미오)에 출전하기 위해 14일 불가리아로 떠났다.

이번 시즌 쇼트트랙 대표팀은 기쁨과 아쉬움, 희망을 동시에 남겼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이정수가 남자 1,000m와 1,500m 2관왕에 오르는 등 메달 3개를 따내며 안현수(성남시청)의 뒤를 잇는 에이스 역할을 해 '메달밭'의 자존심을 지켰고, 약체로 지목돼던 여자 대표팀에서도 막내인 이은별(연수여고)과 박승희(광문고)가 메달을 목에 걸며 희망을 남겼다.

하지만 남자 1,500m 결승에서는 선수들이 서로 경쟁을 펼치다 충돌해 은메달과 동메달을 놓치고 여자 3,000m 계주에서는 억울한 심판 판정 때문에 1위로 골인하고도 실격당하는 등 아쉬움도 그만큼 컸다.

하지만 이제 다 지난 일이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올림픽의 흥분을 뒤로 하고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2일 입국한 대표팀 선수들은 짧은 휴식을 취하고 4일 곧장 선수촌에 입촌, 열흘 동안 다시 맹훈련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김기훈(울산과학대)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선수들이 방송에도 출연하고 찾아주신 팬들을 만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만큼 훈련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체력과 스피드를 예전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어 "동계올림픽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지도자나 선수나 안 좋은 기억을 오래 가져가지는 않는다.

특별한 분위기는 없다.

모두 우승을 목표로 뛰고 있다"고 전했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2연패를 노리며, 여자 대표팀은 중국과 대결에서 승리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호석(고양시청)이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하고 이어 팀선수권대회에서도 3년 만에 1위를 탈환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증명했듯 세계 최고수준의 기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컨디션만 잘 유지한다면 충분히 2연패를 노려볼 만하다.

여자 대표팀은 중국을 꺾고 우승해 올림픽의 아쉬움을 털어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민정(전북도청)이 왕멍(중국)에 이어 아쉬운 2위에 그쳤고 팀선수권대회에서도 중국에 이어 준우승에 머문 터라 어느 때보다 설욕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대표팀은 불가리아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르고 나서 곧장 이탈리아로 이동해 팀선수권대회까지 마친 뒤 돌아올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