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개국(G2 · 미국과 중국) 간 통상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이 11일 발표한 수출 확대 방안은 직접적으로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화 절상을 또다시 요구하고 나선 것은 중국이 위안화의 인위적 절하를 통해 수출을 늘려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 상무부도 이날 중국산 인산염에 대해 최고 95.4%의 반덤핑 관세를 잠정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올 들어서만 이미 중국산 제품에 대해 8건의 수입규제 조치를 취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산 닭고기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또 미 무역대표부(USTR)와 유사한 기능의 중국 무역대표부(CTR) 설립도 서두르는 등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저(低)위안이 무역적자 주범"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화 절상을 다시 강하게 압박한 것은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데다 전체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가장 크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는 2005년 2023억달러에서 2008년 2680억달러로 32% 늘었다. 총 무역적자 중 32%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대중 무역적자가 2268억달러로 줄어들었으나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으로선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가 급선무라는 얘기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5년 내 수출을 두 배로 늘려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미국의 제조업계와 노조는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20~40% 평가절하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 민주당의 알렌 스펙터 의원은 저평가에 따른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으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내에서 2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을 경우 4월 의회에 제출할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위안화 절상압력은 내정간섭"

중국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경제가 아닌 정치 문제로 본다. 쑤닝 인민은행 부행장은 12일 오바마 대통령의 위안화 절상 요구 발언에 대해 "미국은 위안화를 정치 이슈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관영 매체인 중국증권보도 이날 예일대의 천즈우 금융학 교수 인터뷰를 통해 "위안화 절상 압력은 미국 내 정치 리스크를 전가시키려는 오바마 손에 있는 중요한 카드"라고 분석했다.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실업률 해소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한 카드라는 설명이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미국이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 두드리기를 계속할 것이라며 수출확대를 위해 중국에 대한 반덤핑 관세 등의 규제와 위안화 절상 압력을 계속 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위안화 환율 문제가 중국과 미국 간 무역불균형의 주요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비판과 압력 행사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오광진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