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건설 퇴출사태를 계기로 건설업계의 위기설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표면상으로는 지금의 위기가 건설업계가 자초한 결과라는 점에서 부실 업체 구조조정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는 '원칙론'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내부에선 건설업계의 부실이 심각한 고용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현실론'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원칙은 '철저한 구조조정'

건설업계 위기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미분양 주택이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반짝했던 부동산 경기는 올 들어 다시 주춤한 데다 미분양 주택도 정부의 양도세 한시 감면 혜택 종료 등의 여파로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2008년 말 16만5500채에서 지난해 12월 12만3297채,올 1월 11만9039채로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편이다. 금융권도 비상이다.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중소 건설업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말 현재 은행권의 중소형 건설업체 연체 대출액은 9860억원으로 지난해 12월(7728억원)보다 27.6% 늘었다. 중소 건설업체의 연체율도 지난해 6월 4.1%,9월 3.7%,12월 2.3% 등으로 하락했다가 올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는 건설업계의 자업자득이라는 입장이다. 건설업체들이 지난해 말과 올해 양도세 한시 감면 종료를 앞두고 무리하게 밀어내기식 분양을 한 데다 수요 예측도 없이 지방에 아파트를 짓는 데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장에서 상품이 안 팔리면 기업이 물건을 싸게 팔아서 처분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건설업체들이 자구 노력을 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며 "정부의 확고한 입장은 채권단의 신용평가에서 부실하다고 판정되면 퇴출시키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사정도 감안해야 하는데…"

문제는 건설업종의 고용기여도가 크다는 점이다. 건설업종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고용 창출 여력이 큰 상황에서 몇몇 업체의 부실로 고용시장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지난해 연간 전체 취업자는 7만명 줄어든 가운데 건설업종 취업자는 무려 9만2000명이나 줄었다. 올해 1월 취업자도 전체적으로는 5000명 늘어난 반면 건설업종은 8만1000명 감소했다. 주요 업종 가운데 최대 감소폭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첫 번째 국정 과제가 일자리 창출인데 그렇지 않아도 나쁜 건설업 취업난이 더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건설사가 뼈를 깎는 자구 노력만 한다면 정부로서도 지원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란 전제만 충족된다면 정부도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지난해 한 차례 도입해 운영했던 미분양리츠,미분양펀드를 통한 건설사 지원제도가 다시 시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리츠나 펀드 등 민간자금이 건설사의 악성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고 주택금융공사와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이를 보증해주는 것이다. 양도세 한시 감면 혜택을 수도권을 뺀 지방에 한해 다시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를 완화하는 문제에 대해선 정부 내부에서 부정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금 문제는 지방 미분양 물량인데 DTI 규제는 수도권에만 확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완화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