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잘 나가던 기업들이 망하는가?' 도널드 설 런던경영대학 교수는 '활동적 타성'이라는 개념으로 여기에 답한다. 과거의 성공 방식만 답습하는 게 실패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신작 《혼돈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이 같은 한계를 재차 지적하면서 '멘탈 맵'과 '민첩성''맷집'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경영해법을 제시한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쏴라'는 말처럼 기업들이 민첩하게 움직이고,상대의 공격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과 근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또 이러한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미리 그리는 '멘탈 맵'을 갖고 경영하는 것이 황금 기회를 잡는 비결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학계로 진출하기 전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고 차입 매수 전문회사인 클레이튼 두빌리어에서 투자자문가로 활동했다. 이러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해법이기에 그의 경영 전략은 매우 현실적이다.

그는 '활동적 타성'에 빠진 기업을 움푹 파인 곳에 빠진 자동차 뒷바퀴에 비유한다. 시장 변화를 깨달은 경영자가 '아뿔싸'하고 빠져 나오려 가속페달을 밟아도 뒷바퀴는 더 깊이 박힐 뿐이다.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비즈니스의 구루'라는 타이틀만으로 경영하거나 잡지 표지인물로 자주 등장하고,과시성의 크고 화려한 사옥을 신축하는 경우,같은 업종의 기업들이 한 데 밀집해 있는 상황 등이 '불행의 징조'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고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은 무엇일까. 그는 "불황이야말로 기업에 기회의 창문을 열어주는 시기"라며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안주하려 했던 과거로부터 단절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역설한다.

그가 말하는 기회의 첫 번째 조건은 '민첩성'이다. 이는 거대한 조직이라도 재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움직일 수 있는 기동성과 추진력을 의미한다. 집을 떠나 보트를 타고 기회를 찾아 헤매는 바이킹 선원의 개척 정신처럼 새로운 기회를 찾는 데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민첩성이 좋아도 '맷집'이 나쁘면 위기를 헤쳐갈 수 없다. 혼돈의 시기를 잘 견디고 상대 기업의 공격에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체력과 근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민첩성과 맷집을 모두 갖춘 기업으로 '애플'을 든다. 스티브 잡스가 잠시 애플을 떠나면서 시련이 찾아왔지만,황금 기회가 나타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맷집 덕분에 애플은 시장 변화를 주목하고 재빠르게 기회를 낚아챘으며 히트 상품을 연달아 탄생시켰다는 것.두 차례나 경영 혁신을 단행하며 최고의 기업에 오른 삼성그룹 이야기도 곁들인다.

기업의 성패는 현재의 덩치나 당장의 성과와 관계없이 어떤 체질을 갖고 어떤 전략을 채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격변기의 '혼돈'을 넘어 미래의 성장 기회를 잡으려는 '위대한' 기업들에 꼭 필요한 책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