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일 가까이 해외에서 담금질을 해 온 프로야구 8개 구단이 6일 시범경기 시작에 맞춰 속속 국내로 돌아왔다.

포스트시즌 진출과 궁극적으로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해 각 구단은 구슬땀을 쏟았고 평가전을 통해 실전감각도 끌어올렸다.

팀당 14게임씩 치르는 시범경기에서 마지막으로 문제점을 보완하는 일만 남았다.

8개 구단 사령탑은 단내나는 훈련을 거치며 수확물 한 가지씩은 얻어왔다.

올 시즌에 선보일 필승 비책이기도 하다.

◇KIA, 올해도 6선발 체제=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을 6명으로 짜 후반기 체력을 비축해 정규 시즌 1위와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한 KIA는 올해도 6선발로 시즌을 준비한다.

지난해 공동 다승왕(14승)을 차지한 아킬리노 로페즈(35)를 축으로 새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로드리게스(32), 윤석민(24), 양현종(22)으로 4선발을 꾸린 KIA는 서재응(33), 이대진(36)에 오른팔 전태현(21)을 6선발 후보로 추렸다.

군산상고를 졸업한 전태현은 KIA가 2008년 신인 1차 지명 때 뽑은 투수로 지난해까지 주로 2군에서 뛰었다.

사이드암과 스리쿼터의 중간쯤에서 던지는 볼 끝의 변화가 심해 선발 후보로 급부상했다.

◇SK, 새로운 벌떼 야구= 불펜의 주축 요원이던 채병용(28)과 윤길현(27)이 나란히 군에 입대해 전력 누수가 생긴 SK는 새로운 벌떼 계투진을 완성했다.

김성근 SK 감독은 이승호(29)와 정대현(32) 더블 스토퍼를 축으로 고효준(27), 이한진(27), 박현준(24), 전준호(35) 등으로 새로 계투진을 짰다.

부활한 왼팔 셋업맨 정우람(25)과 최고령 투수 가득염(41)도 힘을 보탠다.

작년에 마무리 가능성을 보여줬던 전병두(26)는 왼쪽 어깨가 아파 수술과 재활의 갈림길에 서 있어 김 감독은 이들을 빼고 완전히 틀을 새로 짰다.

'제2의 임창용'으로 불릴 정도로 빠른 볼을 뿌리는 박현준과 히어로즈에서 방출 후 SK에 새 둥지를 튼 베테랑 전준호에게 눈길이 쏠린다.

◇두산, 김현수 4번 승부수 = 오랫동안 두산의 4번을 때려왔던 김동주(34) 대신 김현수(22)가 새로운 주포로 시험대에 오른다.

더 강력한 타순을 향한 김경문 두산 감독의 승부수다.

교타자 김현수는 지난해 홈런 23개를 때리고 104타점을 올려 슬러거로서 자질도 인정받았다.

발 빠른 선수를 1~3번에 포진하고 4~6번에서 한 방으로 대량득점을 하겠다는 김 감독의 작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와 비슷하다.

김 감독은 당시 4번에 이승엽(34.요미우리), 5번에 김동주, 6번에 이대호(28.롯데)를 고정 배치했다.

3번에는 교타자 김현수를 집어넣거나 이종욱(30.두산)과 이용규(25.KIA) 등 발 빠른 타자를 1~3번에 포진, 한국형 발야구로 신화를 썼다.

◇롯데, 이명우 발굴 =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던 롯데는 지난해 7월 공익근무를 마치고 복귀한 좌완 이명우(28)를 선발 후보로 발굴했다.

이명우는 2002년 데뷔, 2006년까지 주로 불펜에서 뛰면서 1승7패 평균자책점 3.90을 남겼다.

키 183㎝로 건장한 체구를 갖췄고 슬라이더를 잘 던져 시범경기에서 선발 진입을 타진한다.

같은 왼손인 양상문 투수코치의 지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명우가 가세하면 장원준과 함께 왼팔 듀오를 이뤄 선발진의 구색도 오른쪽과 왼쪽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톱타자 발굴 = 수년째 센스 있는 톱타자가 없어 고민했던 삼성이 마침내 적임자를 찾았다.

좌타 외야수 이영욱(25)이 선동열 감독의 고민을 풀어줬다.

이영욱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평가전 7경기에 출장, 타율 0.364(22타수8안타)를 때리고 펄펄 날았다.

볼넷도 5개를 골랐고 도루도 2개를 기록하는 등 공격 첨병으로서 기량을 맘껏 뽐냈다.

데뷔 2년차를 맞은 내야수 김상수(20)도 타율 0.321(28타수9안타)을 때리고 타격감을 끌어올리면서 선 감독을 기쁘게 했다.

팔꿈치 수술 후 돌아온 '막강 허리' 권오준(30)도 4경기에서 6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아내면서 2실점으로 호투, 재기를 알렸다.

◇넥센, 초지일관 '무한경쟁' = 김시진 넥센 감독은 '무한경쟁'으로 어느 때보다 스프링캠프가 활기차게 돌아간 것에 크게 만족했다.

이현승(두산), 장원삼(삼성), 이택근(LG) 등 투타 간판선수가 작년 말 뿔뿔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전력이 약화했지만 이들의 자리를 꿰차려고 후보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맹훈련을 거듭하면서 김 감독의 표정도 밝아졌다.

김 감독은 올해 주전과 비주전을 가르지 않고 시즌 끝날 때까지 경쟁을 통해 내부 전력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LG, 박병호.김광삼의 재발견 = 우타 거포 박병호(24)가 성장했고 투수로 돌아온 김광삼(30)도 기대감을 안겨줄 만큼 안정적인 제구력을 보였다.

상무에서 홈런왕으로 이름을 날린 박병호는 지난해 홈런 9방을 터뜨리고 2루타 7개를 때렸다.

41개의 안타 중 17개를 장타로 장식했을 정도로 장타력이 좋아 기량이 올라오면 이택근(30)과 함께 오른손 장거리포 노릇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2006년 팔꿈치 수술 후 2007년 타자로 전향했다가 지난해 7월 다시 투수로 돌아온 김광삼도 금세 예전의 감각을 되찾아 계투진의 한 축을 맡아줄 만큼 올라왔다.

박종훈 LG 감독은 "박병호는 타석에서 움직임이 간결하게 바뀌어 바깥쪽 공과 변화구 대처능력이 향상됐고 김광삼은 릴리스포인트를 터득해 공을 낮게 던질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한화, 송광민.최진행 중심 타선 후보 = 김태균(28.지바 롯데)과 이범호(29.소프트뱅크)가 한꺼번에 빠져나가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붕괴된 한화는 송광민(27)과 최진행(25)을 공백을 메울 새 후보로 찾았다.

송광민은 지난해 홈런 14방을 터뜨리고 장타율 0.403을 기록했다.

원래 장타력이 좋았던 최진행은 지난 시즌 2군에서 홈런 11개를 쏘아 올리고 6할에 육박하는 장타율을 올려 수비만 갖춰진다면 외야 주전으로 쓰고 김태완(26)과 신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일원으로 기용하겠다는 게 한대화 감독의 복안이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