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G20(주요 20개국) 회의의 스타트를 끊는 재무차관.중앙은행 부총재 회의 참석 등을 위해 방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는 한국의 재정 건전성에 관해 "매우 좋다"는 평가를 거듭 내놓았다.

그는 또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경기부양에서 이미 일부 후퇴하고 있지만 경기회복이 비틀거릴 경우에 대비해 신축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통화정책의 점진적 정상화에 관한 생각을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6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립스키 부총재는 자신이 IMF 수석부총재로 일한 뒤로는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라고 말했다.

2006년 9월 IMF 수석부총재로 부임하기 전에 JP모건 인베스트먼트 뱅크의 부회장을 지냈던 그는 "JP모건에 있을 때인 2006년 5월에 한국을 방문한 뒤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전에도 몇차례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립스키 부총재와 인터뷰를 가진 날은 김연아 선수가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딴 날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아직 피겨스케이팅에 관한 질문을 받지 못했다"고 먼저 말을 꺼낸뒤 한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김연아에게 쏠려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경기를 봤냐는 질문에 그는 "어떻게 안 볼 수가 있느냐"고 반문한뒤 "21세인 김연아가 받았을 중압감을 생각할 때 대단한 결과"라고 감탄했다.

립스키 부총재는 웨슬리언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70년대부터 80년대 초까지 IMF에서 일하다 1984년 살로먼 브러더스에 들어간 뒤 체이스맨해튼 은행과 JP모건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지내며 월가에서 일했다.

다음은 립스키 부총재와의 일문일답.

-- 세계 경제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 지난 2년간의 위기 이후 올해 글로벌 경기 확장을 기대할 수 있어 기쁘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4% 가까이(3.9%)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성장률은 2% 정도에 그치고 유로 지역은 1% 정도로 예상되는 반면 신흥 경제권의 성장률은 6%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등 차이가 있다.

신흥 경제권은 강한 회복력을 보여줬다.

선진국, 신흥국 외에 정책적 잘못 때문에 취약한 입지에 놓인 3번째 부류의 국가들이 있다.

이들은 많은 부채와 높은 재정적자, 고물가를 갖고 위기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위기에 절절히 대응할 신축성을 갖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국가들로 남유럽 국가들이 그 사례다.

이와 동시에 인플레이션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전반적으로, 특히 선진 경제권의 정책 당국자들이 올해 계획됐던 경기부양 및 재정 조치들을 지속하고 너무 빨리 물러서지 말 것을 권고해왔다.

선진 경제권이 출구전략을 생각해 볼 때는 됐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

-- IMF는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4.5%로 예상했는데 전망이 여전히 유효한가.

상향 조정 가능성은.
▲ 우리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여전히 4.5% 정도로 보고 있다.

작년에 비하면 매우 빠른 회복으로, 정책 당국이 재정.통화적 조치들로 위기에 대응할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결과다.

다행히도 한국은 재정 상황이 좋았고 부채나 재정적자도 낮았다.

이로 인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지 않은 채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여력이 있었다.

우리는 지금 한국 경제의 회복에서 이런 책임있는 정책의 결과물을 보고 있다.

그러나 리스크도 있다.

다운사이드 리스크는 선진국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고 업사이드 리스크는 한국의 아시아지역 교역 상대방인 신흥 국가들이 예상보다 더 강한 성장을 할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가 여전히 교역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따른 것이다.

한국의 교역의 절반 이상이 신흥국가들과 이뤄지는데 이는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하다.

-- 한국의 재정 건정성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6%로 선진국 보다 건전하다고는 하지만 최근 경제위기 대응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빚이 증가한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 한국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국제 기준에서 보면 매우 양호하다.

한국의 예산 당국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없이 경기를 살리기 위한 재정확대 조치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상대적으로 낮은 부채 수준 덕이었다.

한국 정부는 2013~2014년에 균형 재정을 회복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하다.

주요 선진국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2007년에 70% 정도에서 2014년에는 11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단기간에 채무가 매우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봐도 한국은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

또한 한국이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인구의 고령화라는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데 고령화가 향후 재정에 심각한 어려움을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한국의 재정 상태와 정책의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다.

-- 한국은 어떤 출구전략이 바람직한가.

▲ 부양은 재정과 통화정책 모두에 의해 제공된다.

이중 재정의 경우 취해졌던 경기부양에서 이미 일정 부분 후퇴했다.

이것은 적절하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회복이 비틀거릴 경우에 대비해 신축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경기부양에서 빠져나오는 속도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 면에서 현재 2%의 기준 금리는 중립적 포지션에서 2%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보인다.

경제가 우리의 예상에 맞게 성장세를 지속함에 따라 통화정책의 점진적인 정상화를 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재정 정책과 달리 한국은행이 소폭의 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부양적인 수준으로 남게 될 것이다.

경제가 우리의 예상대로 계속 나아간다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점진적 정상화에 관한 생각을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 올해 G20 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의장국인 한국에 바라는 역할은.
▲ G20 정상들이 다뤄야 할 많은 중요한 분야가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을 이뤄나가는 것일 것이다.

앞으로도 경제위기에서 회복 과정이 지속되도록 협력을 계속해야 한다.

금융규제 개혁, 국제금융기구 개혁, 국제 금융안전망 개선, 에너지 보조금 문제, 기후변화 대응 촉진 등도 중요한 분야다.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매우 막중한 책임감이 있다.

많은 회의들을 운영하고 조직해야 하고 참여를 유발하는 논의를 성립시켜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G20 회원국들은 한국이 이 회의를 조직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돕는 두가지 역할을 잘해낼 것으로 믿고 있다.

-- G20에서 다뤄질 IMF 등 국제금융기구 개혁과 금융규제 전망은.
▲IMF 개혁과 금융규제 개혁이 G20 정상회의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IMF 개혁과 관련해 지난해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IMF 쿼터 재조정 문제를 2011년 1월까지 결론내도록 했다.

경제적 비중에 맞게 의결권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표는 분명하다.

피츠버그에서 정상들은 적어도 5%의 쿼터를 과다대표국에서 과소대표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이의 실행에 관한 합의조치가 원래 약속했던 시간 또는 11월 정상회의 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금융규제 개혁은 훨씬 더 복잡하다.

작년 4월 런던 정상회의에서 창설된 금융안정위원회(FSB)에서 논의하고 있지만 기준 설정에서도 이해관계가 다르다.

기준의 이행도 각국이 자율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금융규제 개혁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복잡한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하게 된다.

IMF의 역할과 의무는 각국의 이행이 기준에 맞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 고병준 기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