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린다.

화려한 '요정'들이 은반 위를 수놓는 장면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동안 올림픽에서는 숱한 요정들이 숨 막히는 연기를 펼치며 전설을 남겼다.

피겨 여자 싱글은 동계올림픽이 생기기도 전인 1908년 런던 하계 대회부터 올림픽 무대에서 선을 보였다.

초기 올림픽을 빛낸 요정으로는 소냐 헤니(노르웨이)가 첫 손으로 꼽힌다.

헤니는 1928년 생모리츠 대회부터 1932년 레이크플래시드 대회를 거쳐 1936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대회까지 3연패를 달성했다.

헤니가 이룬 3연패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헤니는 또 1927년부터 1936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도 10년 연속 우승하는 등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아울러 헤니는 피겨 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짧은 치마를 입은 선수로도 잘 알려졌다.

은퇴 후에는 할리우드에서 영화배우로도 성공했다.

헤니가 사라지자 여자 피겨 싱글은 춘추전국시대를 맞는다.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대회까지 올림픽마다 우승 선수가 바뀌었다.

그중에서 1968년 그레노블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 출신 페기 플레밍(미국)이 눈에 띈다.

미국인에게서 각별한 사랑을 받은 플레밍은 은반을 떠난 후 무려 20년 넘게 TV 해설자로 활약했다.

1984년 사라예보 대회에서는 '피겨 여제'라는 별명을 가진 카타리나 비트(동독)가 등장한다.

1984년 대회와 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비트는 빼어난 외모와 매혹적인 연기를 잘 섞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동독 출신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1988년에는 프로로 전향했다.

캘거리대회 남자 싱글 우승자인 브라이언 보이타노와 함께 미국 전역을 도는 아이스쇼로 인기를 이어갔다.

서양 선수들의 독무대였던 여자 싱글 피겨는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에게 처음으로 정상을 허락한다.

일본 출신 아라카와 시즈카가 사샤 코헨(미국)과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이어 이번 밴쿠버 대회에서도 김연아(20)와 아사다 마오(20.일본)가 금메달을 놓고 팽팽한 경쟁을 펼치면서 아시아 선수들은 피겨의 중심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특히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점(78.50)을 받으며 헤니, 비트 등을 잇는 최고 요정으로 떠올랐다.

반면 최고 실력을 갖추고도 올림픽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한 선수도 있다.

'피겨의 전설' 미셸 콴(미국)은 1998년과 2002년 대회 모두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올랐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세를 이어가지 못해 각각 은메달, 동메달에 머물렀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