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래미안퍼스티지 114㎡(공급면적 · 34평) 800여채 중 전세 물건은 단 1개 나와 있어요. 지난주에 거래된 전세가 8억원에 계약되는 바람에 호가가 8억5000만원으로 1주일 새 5000만원이나 올랐습니다. "

25일 만난 서울 반포동의 태성공인 관계자는 "현재 반포동의 새 아파트인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는 전세 매물이 워낙 귀해 정상적인 시세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래미안퍼스티지의 경우 전체 2400여채 중 전세 물건은 평형별로 10채가 되지 않는다. 이렇듯 전세 '품귀 현상'이 벌어지다 보니 두 달 만에전셋값이 최대 1억원까지 올라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지난해 12월 5억원 선에 거래됐던 래미안퍼스티지 86㎡(26평)의 전세는 2월 들어 6억원에 계약됐다. 이후 호가는 6억5000만원 선으로 5000만원이 껑충 뛰었다. 지난해 7월 입주 당시 전세 가격은 3억원 선이었다. 불과 6개월 만에 두 배로 올랐다. 작년 7월 입주 당시 3억8000만원 선이었던 113㎡(34평) 전세가격이 올 1월 7억~7억3000만원이었다가 지난 주 8억원에 거래되자 부동산중개업소도 놀라고 있다.

현재 전세 호가는 8억5000만원.15억~16억원 선에서 거래되는 매매가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 돈이면 강북에 있는 성북구 길음뉴타운 내 대우그랜드월드의 반포 래미안과 똑같은 크기인 34평형(정부에 신고된 올 1월 매매가 4억2500만원)을 두 채나 살 수 있다.

2008년 말 입주한 인근의 반포자이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체 3400채 중 나와 있는 전세 물건은 10개 안팎이고,115㎡(35평)는 전세물건이 없어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반포동 새 아파트 단지의 전셋값 폭등은 '이상 현상'이라 할 만하다. 겨울철 학군 수요가 잠잠해지면서 서울 전체 전셋값은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유독 반포 지역만 전셋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입주시점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매물이 워낙 부족하기도 하지만 △우수 학군 △명품 주거환경 △강남의 새 아파트란 이유로 비싼 가격이라도 살고 싶어하는 '가격 비탄력적' 수요계층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반포동 인근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래미안퍼스티지 인근의 계성초,세화여고,세화고 등과 반포자이 단지 내 원천초 · 중학교에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이 주를 이룬다. 또 다른 부류는 '명품'같은 새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는 젊은 수요자들이다. 양봉규 백마공인중개소장은 "젊은 신혼 부부들 중에서 몇 억원을 주고서라도 반포동 새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는 부류가 있다"며 "이들에게 가격은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선화 기자/김기정 인턴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