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경제적으로 경직됐을 때 패션,문학,영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창조 산업을 구축하기 시작해 이제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가 됐다. 영국은 뛰어난 콘텐츠를 바탕으로 런던이 아닌 게이츠 헤드라는 작은 도시에서 '월드컬처리더스포럼'이라는 행사를 매년 열고 있다.

각국 문화 리더들이 관련 업종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기 위해 돈을 들고 그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곳에는 다리가 들려 올려질 때 윙크하는 것처럼 보이는 윙크다리,밀가루 공장을 개조한 현대미술관,그리고 음악당 등 3개 관광시설물밖에 없다.

그러나 음악당에서 매드 나이트(미친 밤) 축제가 열리고 주민들이 밤새 와인을 마시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각국 관광객들이 또 몰려온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2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월드컬처리더스포럼을 다녀온 경험을 소개하며 "문화와 관광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관광산업의 진흥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유 장관은 우리나라에서 관광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템플스테이가 1년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정부는 템플스테이나 고택과 한옥체험 등 한국적인 특성을 살린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한국방문의 해를 맞은 것과 관련,"비즈니스 관광에도 투자할 계획"이라며 "고부가가치 산업인 MICE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특화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 보상관광(Incentive)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앞글자를 딴 용어로 관광산업 중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를 일컫는다. 다음은 참석자들과의 토론 내용이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유 장관은 지난 14일로 역대 최장(1년11개월15일) 문화부 수장이 됐다. 원래 문화계의 '프로'였던 분이어서 그런 것 같다. 오늘은 우리가 정부 정책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기보다는 오히려 유 장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인 듯싶다.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스토리텔링 관광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유 장관=대표적인 곳이 제주도 올레 길이다. 예전의 제주 관광은 공항에 내려서 호텔에 들렀다 골프를 치고 저녁엔 포구에서 회를 먹는 게 전부였다. 올레 길은 제주도를 전혀 다르게 보여준다. 빨리 걷는 길이 아니다. 그곳에 가려면 제주도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가게 된다. 하루 1000여명의 순례자들이 마을의 기념품,해녀가 잡은 해산물 등을 구입해 작은 포구에도 큰 경제 효과를 낳고 있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역사에 대해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고구려 발해 등을 재조명해서 청소년들에게 호연지기를 길러줘야 한다. 또한 서울의 관광 인프라가 많이 구축되긴 했지만 아직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

▲유 장관=서울에선 궁궐을 더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사실 지자체는 실체가 있는 것에만 투자하려고 해서 정부의 관광 정책과 끊임없이 부딪친다. 내년에는 해인사의 8만대장경 목판 제작 1000년을 맞아 이를 관광과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권 원장=올해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리 관광산업도 도약할 수 있는 큰 판을 맞게 된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유 장관=88서울올림픽처럼 G20를 계기로 한국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G20에서 우리의 전통을 현대적으로,국제적으로 드러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회의에 사용될 테이블,물컵,서류 하나하나까지 우리의 역사와 전통이 드러나도록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마카오처럼 관광산업 측면에서 카지노를 더 개방할 필요는 없는가.

▲유 장관=카지노는 상당히 다루기 힘든 문제다. 한국인 정서상 쉽게 허가해줄 수 없다. 외국인 출입 카지노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만,흑자를 내는 곳은 2곳뿐이다. 난감한 문제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서울에는 인구 수에 비해 공연장이 너무 적다. 적어도 서울에 예술의전당 같은 극장이 3~4개는 더 있어야 한다.

▲유 장관=인구 수에 비해 서울에 공연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수도권에 있는 공연장을 지방으로 옮기라는 요구도 만만치 않다. 설득이 쉽지 않다.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연장을 채울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의료관광 육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제주도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성형수술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제주도가 아닌 서울이 목적지다.

▲유 장관=의료관광은 의료 기회의 균등 등 공공성 문제와 결부돼 있어 잘못 접근하면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권기찬 웨어펀인터내셔널 회장=사회통합이 될 때 문화강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이버 테러 등 사회 곳곳에서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는 풍토가 퍼져 있는 것 같다.

▲유 장관=사회통합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가 바뀌면서 진보-보수,좌-우 등을 내세우며 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모든 국민을 끊임없이 설득시키고 논리적으로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과정이 시간이 걸려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문정숙 금감원 부원장보=스토리텔링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 작가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 문학 분야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유 장관=관련 프로그램이 있지만 사실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 좋은 작품이 나왔을 때 보상해 줄 수 있는 섬세한 프로그램이 있다. 성과를 보려면 좀 기다려야 한다.

정리=유재혁/김주완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