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가속페달 결함 리콜과정에 관한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도요타 리콜에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AP통신은 미 교통부 산하 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이 16일 도요타 측에 가속페달 결함 신고가 언제부터이뤄졌고 여기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NHTSA의 요구는 일종의 증거 문서 제출 명령으로 미국 정부가 도요타의 리콜 결정 과정에 대해 정식 조사에 착수했음을 의미한다. 요구항목은 △가속페달 결함 사실의 인지 시점 △회사 내부의 대응과정 △의사결정을 내린 책임자△소비자 민원 대처 방식△보증수리비 지출내역 등 리콜 사태에 관한 도요타 내부 사정이 망라돼 있다.

미국 관련법률에 의하면 자동차 제조업체는 차량 안전 결함을 인지한 뒤 5일 이내에 이를 NHTSA에 통보하고리콜을 실시해야 한다. 보고서 제출 기한은 항목에 따라 30~60일로 각각 다르다. 리콜규정을 어길 경우 최대 1640만달러(약 187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위반업체들이 납부한 벌금은 100만달러에 그
쳐 미국 내에서 '솜방망이'처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NHTSA의 조사는 교통부 등 관계 당국이 도요타에 지나치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사태 경위 파악에 소홀하다는 비난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여겨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 전문조사업체 에드먼즈닷컴의 마이클 크렙스는 "많은 사람들이 교통부가 도요타 가속페달의 결함을 알고있었으면서도 눈감아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24일 열리는 의회 도요타 청문회를 앞두고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가속페달 이상으로 인한 사고 피해자들과 경찰이 사고차량의 주행기록이 담긴 블랙박스를 증거로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도요타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벤트데이터기록장치(EDR)로 불리는 이 블랙박스는 차량 앞쪽에 장착돼 있으며 가속페달 브레이크엔진의 작동 상황과 속도 등이 기록된다. 도요타는 EDR를 해독하는 자체 소프트웨어 결함 때문에 정확한 해석이 어렵다며 제출을거부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업체들의 블랙박스는 상용 범용 소프트웨어로 기록을 해독할수 있으며 요청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17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 차종에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을 경우엔 진동력을 끊어 사고를 예방하는 제동우선장치(brake-overridesystem)를 장착하겠다고 밝혔다. 24일 미 의회 청문회에 직접 출석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선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나바 요시미 북미 도요타 자동차 사장이 출석한다"고말했다.

도요타는 대규모 리콜사태로 인한 수요감소에 대응, 재고 조절을 위해 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공장과 켄터키주 조지타운공장의 조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핸들 결함 의혹이 제기돼 미 당국이 조사중인 '코롤라' 모델에 대해선 리콜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