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부가 대만에 64억달러 규모의 첨단무기를 팔기로 결정한 미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중국이 보유 중인 미 국채 일부를 팔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주간지 랴오왕 최신호(2월8일자) 인터뷰를 통해서다. 중국은 미 국채를 7896억달러(2009년 11월 말 기준)어치 가진 세계 최대 보유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외환당국이 미 국채 매각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 군부의 이례적인 요구는 대만 무기 수출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받고 있는 내부적인 압력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전방위 패키지로 미국에 보복"

랴오왕이 인터뷰한 인사들은 중국 군부 싱크탱크인 국방대학과 군사과학원 소속 현역 장성 등 매파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미국이 양안(중국과 대만) 분쟁에 개입하면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던 주청후 국방대 소장을 비롯,뤄위안 군사과학원 소장과 커춘차오 대교(대령) 등 3명이다.

뤄 소장은 "우리의 보복이 단지 군사 문제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면서 "군사와 정치는 물론 외교와 경제까지 포괄하는 전략적인 패키지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당국에) 건의했다고 랴오왕은 전했다. 그는 "지금의 미 · 중 관계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얘기한 대로 두 사람이 한 배를 탄 것과 같은 형국"이라면서 "미국이 먼저 노를 저어 물살을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뤄는 이와 관련해 "중국은 적을 방심하게 한 뒤 핵심을 공격할 수 있다"며 "한 예로 우리가 미 국채 일부를 매각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보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 대교도 "중국의 종합적인 국력과 국제적인 지위가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다"며 "우리 손에는 많은 패가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미 국채 매각 위협은 1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를 통해서도 나왔다. 환구시보는 미 정치 · 경제전문 정보지 닐슨리서치와 대만의 연합보를 인용,지난 5일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왕치산 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3월 말까지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으면 4월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이에 대해 왕 부총리는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를 내다 팔고 미국의 중국 수출을 강력히 응징하겠다고 맞받아쳤다고 환구시보는 전했다. 하지만 대만 중앙통신사인 중앙사(CNA)는 닐슨리서치의 진실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자국민 결속을 위해 검증되지 않은 해외 언론 보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비 매년 증액,주변국에 경계심

뤄 소장은 "미국 기업의 중국 내 매출도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 규모(64억달러)를 크게 웃돈다"며 "대만 무기 수출로 중국 시장을 잃는다면 미국이 치러야 할 대가는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현재 하나의 금융위기,2개의 전쟁(이라크전과 아프간전),2개의 핵위기(이란 핵과 북한 핵)에 직면해 있지만 모두 중국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소장도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은 양국 군사교류뿐 아니라 반테러와 기후변화 그리고 국제 및 지역적 이슈 등에 대한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 측에 군사교류 중단을 통보한 상태다.

주 소장은 또 "중국은 국방 지출을 늘리고 군사력 배치를 정비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국방 예산은 20년 이상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지난해는 4807억위안(약 81조719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군비 증강과 첨단무기 개발은 일본 한국 베트남 등 주변국에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