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올해 노동부의 역점 정책으로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정년연장 본격 논의’를 화두로 꺼내들었다.특히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끔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절박함을 강조했다.그는 정년연장을 위해 계약방식,근로시간,임금 등 근로기준의 유연화가 선행되야 한다고 보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파트타임 일자리를 확산시켜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담=윤기설 노동전문기자

▼정부가 재정 투입을 통해 많은 일자리를 쏟아내고 있지만 양적 확대에만 매달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구직자의 눈높이를 맞출 만한 일자리가 많이 없다. 정부가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근원적 대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필요한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고 있는가가 관건이다. 금융서비스,일반회계 서비스 등 서비스업이 빠른 시간 내 확산돼야 한다. 결국 규제완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고령화 사회 진입도 서비스 산업의 육성이 절실한 이유다. 앞으로 끔찍한 상황이 올 수 있다. 70대 되는 노인이 90대의 부모님을 모시고,그 자녀는 은퇴를 앞두는 형국이 된다. 그 세대의 시작이 지금의 베이비붐 세대다. 여기에 필요한 의료,복지서비스 등 가정과 관련된 서비스들을 하나의 서비스 산업 영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중소기업을 통한 고용 활성화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성장의 길을 터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에서 벗어나서 대기업으로 건너뛰기 위한 '죽음의 계곡'을 건너가기에는 너무 힘들다. 정부의 지원제도와 시장 구조가 문제다. 특히 시장 구조측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갑을' 관계가 지나치게 고착화돼 있다. 국가전략적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 특히 불공정한 원 · 하청 구조에 대해 공정거래위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정부가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OECD의 평균 사회적 일자리 비중은 20%를 넘는데 우리는 13% 선에 불과하다. 임금도 일반 일자리와 차이가 많다.

"우리나라는 청년 실업자 외에 실업 애로를 겪는 계층이 많다. 상당 기간 일자리를 떠나있는 사람,그리고 육아나 출산을 끝내고 사회에 재진출하려는 여성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일자리 증가폭은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 힘들다. 기업의 투자확대에도 불구하고 공장의 해외이전, 외국인 근로자 유입 등이 가속화되면서 일자리의 질적 증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사회적 일자리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의료,복지,육아,교육 부문의 사회적 일자리들이 생겨나야 한다. 공동체적 일자리이기 때문에 주거지역을 떠날 필요없이 일자리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연봉 1000만원짜리 집근처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중산층 서민층이 불편하지 않게 생활할 수 있다. "


▼연초만 되면 정부가 고용에 관심을 갖고 일자리 대책을 내놓지만 정작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금까지는 톱다운(위에서 밑으로) 방식의 정부 주도 일자리 정책이 추진됐다. 정책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최근에는 지방을 많이 다니고 있다. 현장에 가보면 정부 정책과의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지역 소재 학교와 단체,지자체 등이 자기들 산업구조와 인구구조 등을 고려해 주도해야 한다. 과거 새마을 운동은 톱다운 방식으로 시작됐지만 그 과정은 보텀업(밑에서 위로)으로 진행됐다. 우수 사례를 공유하면서 사회적 학습이 이뤄졌다. 앞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 사업도 이처럼 보텀업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 지역노사민정 강화와 지역 일자리 창출 우수사례의 홍보 등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노사민정은 향후 노사 화합과 고용창출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울산의 경우 과격한 노사갈등이 발생했을 때 지역 주민들이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평택의 쌍용차 파업 때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기업과 노동계에 지역 주민들의 일반적 여론을 요구하는 게 가장 강력하다. 중앙정부가 들어갔으면 그렇게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역을 돌다보면 일자리는 순천,부천 지역 등이 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에서는 마포가 두드러진다. 앞으로 지역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일 방침이다. "

▼우리나라의 실업 대책은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이뤄진다. 외국의 경우는 민간에 위탁해서 경쟁시킨다.

"노동부 직제를 개편해 인력수급과 노동시장에 관한 총괄적 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특히 인력중개 산업의 발전을 꾀할 방침이다. 인력중개 산업은 정보의 대칭성이 중요하다. 부동산 시장이나 금융시장을 보면 DB(데이터베이스)의 발달이 산업 발달로 이어졌다. DB가 갖춰지면 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쉬워진다. 인력을 매개하는 산업이야말로 산업 인프라로 필요하다. 민간 인력중개 기능을 금융시장 발전하듯이 발전시켜야 한다. "

▼노동부가 추진 중인 정년연장 문제와 관련해 경제부처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효율성을 감안하면 임금피크제 등을 통한 정년연장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경제부처의 목소리는 연공서열이 고착화돼 고비용을 유발하는 공기업의 행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노동부의 시각과도 다르지 않다. 단순한 임금피크제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의 유연화를 통한 다양한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 중 근로기준법도 손질할 예정이다. 최근 노동부 내에서도 파트타임 정규직에 대한 호응이 좋다. 공기업이 앞장서서 파트타임 일자리를 확산해야 한다. 임금체계 개선방안은 앞으로 검토하겠다. "

▼과거 정부도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해왔지만 미봉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우선 해고자들의 복직 요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원칙이다. 철도공사 노사갈등 극복은 이를 지킨 대표적 사례다. 시위에 따른 민사상,형사상 책임도 물을 것이다. 과거에는 일부 노동운동가가 형사상 책임을 오히려 바라는 경우도 있었다. 앞으로는 도로 및 기물 파손,주변 상가 피해 등 민사상 책임도 분명하게 제기하겠다. "

▼최근 전교조의 정치 개입 등 일련의 시국사건에 따른 사법부의 판결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법부의 판결은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납득하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일반적인 상식수준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

정리=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임태희 장관 약력

△1980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0~1984년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경영학 석사)

△1980년 행정고시 24회

△2000~현재 16 · 17 · 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 경기 성남분당을)

△2004~2005년 한나라당 대변인

△2005~2006년 한나라당 원내 수석부대표

△2007~2008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 당선인 비서실장

△2008~2009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2009년 9월~현재 제24대 노동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