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하마드 알리(권투선수),교황 요한 바오로 2세,살바도르 달리(화가),마오쩌둥,아돌프 히틀러,캐서린 헵번(영화배우).

작고했거나 생존중인 이들 유명인사에게는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팔다리를 제대로 못 움직이거나 언어장애 등이 특징인 파킨슨병에 시달렸거나 앓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 완치하지 못했다는 것.파킨슨병을 제대로 고칠 의약품이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난치성 신경질환으로 꼽혀온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국내 제약회사에 의해 열렸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만드는 뇌신경세포가 사멸해 근육 강직과 몸 동작 둔화 등의 운동장애를 나타내는 중증 퇴행성 뇌질환이다.

녹십자(대표 조순태 · 사진)는 자체 개발 중인 파킨슨병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GCC1290K'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 임상시험 진입을 승인받았다고 10일 발표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파킨슨병 치료 신약 후보물질이 글로벌 의약품 시장 진출을 위한 FDA 신약 임상시험 진입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심사가 까다로운 FDA로부터 신청 한 달여 만에 신약 임상시험 진입 승인을 받은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사례"라며 "획기적인 신약으로서의 상용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임상 1상 시험을 완료한 뒤 추가적으로 다국가 임상시험을 실시해 효과 및 안전성이 검증될 경우 이르면 2015년께 치료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녹십자는 김형춘 강원대 약대 교수 연구팀이 정부의 '뇌프론티어사업단' 지원을 받아 2006년 항파킨슨병 효과를 발견한 화학합성 선도물질을 토대로 'GCC1290K'를 개발해 이 같은 성과를 얻어냈다. 회사는 2008년 강원대로부터 이 물질에 대한 신약개발권을 도입한 뒤 정부의 자금 지원과 자체 동물실험 투자 등을 통해 생체이용률이 높은 데다 먹을 수도 있는 'GCC1290K'를 완성했다.

김정민 녹십자 종합연구소 상무는 "GCC1290K는 자체 동물실험에서 탁월한 항파킨슨병 효과와 안전성을 보였다"며 "특히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신경세포의 퇴행성 변성을 막아 기존 치료제의 장기 투여로 발생하는 운동장애 등 심각한 부작용도 치료할 수 있어 제품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회사는 'GCC1290K'에 대해 미국 유럽 등 16개국에 물질, 용도 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기존 파킨슨병 치료제는 증세를 개선하거나 악화를 지연시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한편 국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규모는 2007년 기준 20억달러이며,2013년에는 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는 약 7만명의 파킨슨병 환자가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