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콜(회수 후 무상수리) 사태로 많은 고객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친 것을 마음으로부터 사죄합니다. "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잇단 대량 리콜 사태에 대해 도요다 아키오 사장(53)이 5일 밤 나고야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다. 작년 11월 승용차 캠리 등의 운전석 바닥 매트에 가속페달이 걸리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작된 리콜 사태 이후 도요다 사장이 공식 석상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요다 사장은 회견에서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결함과 관련,"지금은 위기상황"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품질 향상을 위해 자신이 위원장을 맡는 '글로벌 품질특별위원회'를 신설해 설계 제조 서비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도요다 사장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금요일 밤 9시에 부랴부랴 연 것은 리콜 사태에 '도요타 경영진이 안이하게 대응한다'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도요타 리콜 사태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지만 정작 도요다 사장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요타 일본 본사가 이번 리콜사태에 처음으로 해명하고 사과한 지난 2일 기자회견에는 사사키 신이치 부사장(품질담당)이 나왔다. 지난 4일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결함 문제가 제기됐을 때 열린 기자회견에는 요코야마 히로유키 상무(품질보증담당)가 나섰다.

일본 기업에서 제품 문제로 소비자들에게 사과를 할 땐 사장이 직접 언론 앞에 나오는 게 관행이다. 그런 점에서 도요다 사장의 대응은 이례적이었다. 더구나 도요타 리콜이 국내 문제도 아닌 세계 소비자들의 안전과 관련된 이슈란 점에서 더욱 그랬다.

이 때문에 도요다 사장이 뒤로 숨은 배경에 대해 해석도 분분했다. 그가 직접 나설 경우 도요타 전체가 입을 이미지 타격을 걱정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또 창업자의 4세인 그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모두 뒤집어 쓰는 걸 막기 위한 보호 조치였다는 설도 있다. 이번 리콜 사태의 책임은 전임 경영자들의 무분별한 확장 경영 탓이란 게 일반적 시각이다.

그럼에도 도요타 사상 최악의 리콜 사태를 맞아 사장이 뒤로만 숨는 모습은 무책임하게 보였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전면에 나서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게 사태 수습을 위해 바람직했다는 게 중론이다. 어쨌든 '늑장 리콜'에 '뒷북 대응'까지 겹쳐 도요다 사장의 위기관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