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소문'…반포 고속터미널 투자 주의보
일부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서울 반포 고속버스터미널(경부선)의 상가 지분에 투자하면 각종 분양권이나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며 지분 거래를 부추기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당부된다.

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터미널 일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소개업자들은 서울시 서초구가 추진 중인 고속터미널 지하화 계획이 가시화될 경우,지상공간(약 50만㎡)에 업무 · 상업 · 주거 · 문화 등 복합시설이 들어서게 돼 상가지분 소유자들이 이들 시설의 입주권이나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는 '설'(說)을 유포하고 있다.

하지만 고속터미널 재정비 사업은 서초구가 의욕을 보일 뿐,아직 서울시나 국토해양부는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상가 지분은 대지 소유권은 없이 건물 지분만 있기 때문에 실제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입주권 등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속터미널 경부선 건물 가운데 개인 등기가 돼 있는 점포는 400개 정도.2,4,6,7,8층 점포 가운데 약 3분의 1을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약 5~6.6㎡(1.5~2평,이하 한 칸으로 통일)씩 나뉘어져 있는 이들 점포 중 100개 정도가 거래가 가능하다고 인근 중개업소에선 설명했다.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4년 전만 해도 평균 시세(5㎡ 기준)가 2500만원에 불과했으나 개발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작년 중반엔 1억2000만원(6~8층 기준)까지 올라갔었다"며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다 작년 말 서초구가 터미널 지하화 용역을 맡겼다고 밝히면서 연초 거래가 활기를 띠었다"고 전했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혼수용품점이 들어서 있는 2층은 한 칸에 3억5000만~4억원,커튼용품점이 있는 4층은 1억5000만~2억원,옷가게와 창고 등으로 쓰이는 6~8층은 8000만~1억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2주 전 6층 점포가 8700만원에 거래됐으며 수요자들의 문의가 몰리자 호가가 9000만원을 넘겨 1억원대를 육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획부동산 업자들은 △호남선처럼 경부선 부지도 복합몰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고 △임차권만 있어도 보상받은 사례가 적지 않으며 △이 지역이 용적률 1000%인 일반상업지구로 개발 이익이 크다는 점을 들어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에서 영업 중인 대다수 공인중개사들은 '묻지마 투자'의 전형이라며 매매중개를 극도로 피하고 있다. 인근 Y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이 될지,재개발이 될지 사업 성격이 확정된 게 아니라서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으로 진행된다면 건물지분 외에 대지지분도 동시에 갖고 있어야 입주권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용산 등 강북지역 재개발사업에서 건물지분만 가져도 조합원 자격을 주는 것을 그대로 터미널 재정비 쪽에도 대입시켜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서초구의 추진안 자체가 현실성이 적기 때문에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창주 서울시 주거정비과장은 "터미널이 용도 폐기될 정도로 낡은 것도 아니고 서울시 및 중앙정부와 협의돼야 할 사안"이라며 "서초구가 지하화 방안에 대한 용역을 의뢰했다는 것 자체로 이 사업에 대한 기대를 거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편 반포 고속터미널 대주주인 금호산업의 터미널 매각도 최근 불발돼 터미널 재정비 추진 속도가 더 느려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