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의 경제학] 초당 광고비 1억2천만원! 승자는 잊혀져도 광고는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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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
미 프로풋볼(NFL) 최강자를 가르는 챔피언 결정전(슈퍼볼)을 보면 미국 경제가 보인다. 올해로 44회를 맞는 슈퍼볼은 '주식회사 미국'을 상징하는 최대 축제이자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다. 경기장에는 10만명 이상이 몰리고 1억명 가까운 미국인이 TV로 슈퍼볼을 즐긴다.
최악의 경제 위기에서 막 벗어나온 뒤 열리는 슈퍼볼을 앞두고 미국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7일(한국시간 8일 오전 8시30분)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선라이프스타디움에서 벌이는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 뉴올리언스 세인츠 간 맞대결 결과도 주목되지만 슈퍼볼의 경제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집값 하락과 실업 증가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미국인은 화려한 축제 이후 미국 경제가 본궤도에 진입하기를 바라고 있다.
작년에 비해 분위기는 확연히 밝아졌다. 경기를 앞두고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가 개최되고 플레이보이도 마이애미로 고객을 초청해 화려한 파티를 연다. 일부 유수 기업은 주요 고객들을 초청해 크루즈 여행을 다녀오게 한 뒤 슈퍼볼을 관람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해 탬파에서 열린 슈퍼볼에서는 경기침체 여파로 화려한 행사들이 대부분 취소됐다. 기업의 고객 초청이 잇따르고 위축됐던 중산층도 슈퍼볼을 관전하기 위해 모처럼 지갑을 열면서 마이애미는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슈퍼볼과 관련해 마이애미를 찾는 사람만 11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마이애미를 찾지 못하는 미국인들은 슈퍼볼을 앞두고 '베스트 바이' 등 전자제품 매장을 찾는다. 화질 좋은 TV를 구매해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슈퍼볼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뉴저지 데마레스트에 사는 잭 쿠피악씨(66)는 지난 주말 삼성 46인치 LED TV 6000 모델을 1700달러에 샀다. 삼성전자 북미지역본부는 지난 주말 LED,LCD TV 판매가 평소보다 4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TV 구매 성향도 대형 제품 쪽으로 바뀌고 있다. LG전자 북미지역본부 관계자는 "작년 1월에는 40% 정도였던 42인치 이상 TV 판매 비중이 올해 58%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제품 가격이 하락한 요인도 있지만 경기 회복 기대감을 반영해 미국인의 소비 성향이 살아난 결과로 볼 수 있다. LG 측은 지난주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는데도 대형 TV 판매가 급증한 것은 슈퍼볼 영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 체인점에는 벌써부터 일요일 경기를 감상하면서 즐길 포테이토칩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슈퍼볼의 경제 효과는 따지기 어려울 정도다. 예측 기관이나 조사 방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슈퍼볼이 열리는 마이애미에서 1억5300만달러가 소비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탬파에서 열렸을 때보다 3%가량 증가한 것이다. 미국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작년에는 전년 에 비해 소비 규모가 20% 이상 감소했다. 마이애미 시당국은 슈퍼볼의 경제적 효과가 최소 4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제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에 슈퍼볼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미국인의 눈과 귀를 붙잡아 제품을 알리고 기업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한 해 시장 쟁탈전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초당 광고 단가가 250만~280만달러로 1초 광고비가 10만달러에 육박하지만 CBS는 경기 전 광고를 포함해 150개 스폿광고를 모두 팔았다. 기업이 이렇게 비싼 광고를 하는 것은 마케팅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서다.
올해로 3년째 슈퍼볼 광고를 하는 현대자동차는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슈퍼볼 광고를 한 뒤 홈페이지 방문객이 970% 증가하고 제네시스 미니홈피 방문객도 1241% 늘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슈퍼볼 광고를 본 직후인 경기 시간에도 방문객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슈퍼볼을 보면서 노트북으로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슈퍼볼이 경기 침체로 기가 죽은 미국인에게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로버트 캔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이사는 "작년 탬파 때보다 호텔비가 비싼데도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면 미국인이 앞으로 소비를 늘려갈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