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에 이어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추진위원회 구성 시기를 둘러싼 소송에 휘말리면서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현(現) 정부 들어 용적률 완화 등 규제가 대거 풀리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아왔다. 그러나 소송에 발목이 잡히면 순조로운 사업 추진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당장 올해 10월부터 이주가 시작될 예정이었던 강동구 고덕주공 저층단지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소송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도 소송대란?

조합원 간 분쟁이 심한 단지,상가조합원과 아파트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단지,단지 규모가 커 다양한 조합원 목소리가 나오는 단지 등에서 소송이 추가로 제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재건축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강동구 고덕주공 저층단지들에선 상가조합원과 아파트조합원 간의 갈등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덕주공6단지 등 일부 조합은 상가와 분리해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다.

그러나 추진위부터 설립했다고 해서 모든 재건축 대상 아파트단지가 소송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2003년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시행되기 전에 추진위를 만든 곳은 합법이다. 도정법 시행 이전에는 추진위를 정비구역 지정 전에 구성하는 게 가능했고,심지어 복수의 추진위를 설립하는 것도 허용됐다. 이런 추진위는 도정법 시행 이후에도 경과조치를 두어 적법한 것으로 인정됐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대표적인 재건축 지역인 개포주공 저층 단지들은 도정법 시행 이전에 추진위를 만들어서 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주로 도정법 시행 이후 재건축에 나선 중층 단지들에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원 판단의 쟁점은

작년 10월 대법원 확정 판결로 재개발 · 재건축 기본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는 인구 50만명 미만인 도시에선 정비구역 지정 전에 추진위부터 설립하면 무효 판결을 받게 됐다. 작년 12월 서울행정법원은 "기본계획 수립 대상인 지역에서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추진위부터 설립하면 무효"라고 판결했다. 아직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어서 상급심의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사업이 추가로 진전돼 조합설립단계 이상까지 진행된 경우 사업을 원점으로 돌려야 할지에 대한 법원 판단도 관심사다. 조합을 설립할 때는 조합원들로부터 별도로 동의서를 받고,기존 추진위는 해산한다. 고덕2단지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율전의 김향훈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서 잘못된 추진위가 주도한 조합설립 행위 등이 유효한지에 대한 판단도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