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6일째를 맞으면서 매몰된 생존자를 찾아낼 가능성이 점차 작아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구호활동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공항.항만.도로 등 인프라 붕괴로 물.음식.의약품 등 생필품은 여전히 생존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

삶의 막다른 길에 내몰린 아이티인들이 점차 폭도로 돌변하면서 아이티의 치안 상황이 극도로 불안해지고 이는 구호작업을 지연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초기에 5만명 정도로 예상되던 사망자 수 추정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매장이 확인된 시신만 7만구로 확인된 가운데 가장 비관적인 전망으로 제시됐던 20만명 사망설이 현실로 굳어지고 있는 듯하다.

아이티 현지에서 미군의 구호작업을 지휘하는 켄 킨 중장은 사망자가 20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이날 밝혔다.

43개국 1천700명의 국제 수색.구조팀이 목숨을 걸고 사고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지만 구출된 생존자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구조자 수가 16일에는 12명이 나왔지만 17일에는 약 5명 선에 머물고 있다.

물과 음식물 없이 견딜 수 있는 한계 시한인 72시간을 이미 훌쩍 넘기면서 건물 잔해 속에 살아있더라도 탈수로 숨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구조대 측은 17일이 붕괴된 건물 아래서 물과 음식 없이 생존자가 발굴될 수 있는 사실상 마감시한으로 보고 있다.

17일에는 무너진 슈퍼마켓 건물 잔해 아래서 7세 소녀, 34세 남성, 50세 여성이 구출됐다.

무너진 유엔 건물 아래 있던 덴마크인 유엔 직원도 생환에 성공했다.

부상자가 발견돼도 치료할 병원도, 이들을 치료할 약품도 부족해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

도미니카나 미국 등으로 중환자를 이송하려 해도 교통편이 만만치 않다.

국제사회의 구호물품이 속속 아이티로 향하고 있지만 물과 식량, 의약품 등 생필품은 여전히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현재 5곳의 시설에서 4만명의 이재민에게 식량을 배분하는데 그쳤다.

유엔은 2주일 내에 수혜자를 100만명으로, 한 달 내에 100만명으로 늘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아이티의 보건위생 시스템이 이번 지진참사로 붕괴하면서 사망자들의 시신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데다 기온도 30도를 웃돌고 있어 전염병 확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생필품 부족을 견디다 못한 아이티인들은 점차 폭도로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난민들이 몰려다니며 폐허가 된 건물 잔해 속에서 물건을 훔치거나 약탈하는 사례는 물론이고 폭동 기미도 감지되고 있다.

이날 포르토프랭스 시내 중심부에선 폭도들이 경찰.언론인.일반인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총격을 가해 경찰이 행인의 출입을 봉쇄하기도 했다.

경찰이 포르토프랭스 도심지역에서 수백명이 한 상점을 약탈하자 발포에 나서 30대 남성이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하기로 했다.

포르토프랭스에 길거리에는 수천명의 노숙자들이 배회하고 있어 이들이 사회불안 세력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경찰은 포르토프랭스에 무장 병력을 증강배치하고 있지만 교도소에서 탈출한 재소자 수에도 미치지 못한다.

18일에는 7천500명의 미군이 추가 투입돼 총 1만3천명 이상의 병력이 배치될 예정이다.

공항.항만.도로 등 인프라는 여전히 구호활동에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지진으로 파괴된 포르토프랭스 항은 앞으로도 60~90일가량 제 기능을 못할 것으로 보이며 활주로가 단 1개인 공항 역시 도착하는 구호물자도 돌려보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이 상당량의 구호물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충분한 트럭을 확보하지 못해 이재민들에게 절실한 생필품을 배분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르네 프레발 대통령과 장 막스 벨레리브 총리를 비롯한 아이티 각료들은 야외 콘크리트 더미 위에서 외국 대사 및 국제기구 관계자들과 함께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조만간 구호품을 배분하고 임시거처를 제공할 280여개의 긴급재난센터도 설치할 예정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포르토프랑스를 방문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아이티를 구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노력을 주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포르토프랭스<아이티>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