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아침.청와대 경호원과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하얀 눈발을 어깨에 맞으며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정문에 속속 들어섰다. 예정된 시간보다 30여분 빠른 6시59분.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다.

조찬간담회 형식으로 2시간여 진행된 이날 행사의 메뉴는 전복죽이었다. 식사시간은 15분이 주어졌으며 건배와 같은 형식도 없었다. 대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는 게 행사 주최기관인 전경련의 설명이다.

기업 입장을 잘 이해하는 대통령과의 만남이었던 만큼,회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재계 총수들은 자유롭게 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구본무 회장은 전기자동차 이용자들을 위해 공영주차장 등에 전기 충전시설을 설치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인프라가 빨리 깔려야 전기자동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구 회장의 설명이었다. 현재현 동양 회장은 "요즘 시멘트 가공은 1500도 이상의 고온으로 처리해 오염물질이 나오지 않는다"며 "시멘트산업을 오염 산업으로 분류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박용현 두산 회장은 "원자력 발전소 사업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기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행사에 참가한 관계자는 "향후 기업에 공급하는 산업부지를 세종시의 사례처럼 원형지 형태로 공급하겠다는 발언이 가장 호응이 높았다"고 전했다.

송형석/박동휘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