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열정,자율과 책임으로 집약되는 대우건설 조직문화를 존중해줄 수 있는 기업이 인수자로 나서길 바랍니다. 튼튼한 재무 능력도 필수 조건입니다. "

1년 가까이 인수 · 합병(M&A)설에 휩싸이며 마음 고생이 심했던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이 12일 사모펀드 구성을 통해 인수를 추진 중인 채권단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피인수 기업이라 입장을 밝힐 처지는 아니라고 운을 뗐지만 표정만큼은 단호했다.

서 사장은 "다른 건설사들이 1970~80년대 모두 중동시장에 머물 때 우리는 아프리카 미수교국이던 리비아 수단 나이지리아 등을 개척했다"며 "이런 정신을 더욱 발양시키려면 대우의 기업문화를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안정적인 재무능력을 갖춘 기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사장은 올해 신년사부터 "M&A의 망령을 떨치고 대우건설 본래의 모습을 되찾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나섰다. 그는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갈 때 주택사업담당 상무직을 맡고 있었다"며 '모든 임직원들이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위기를 극복하자며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경영의 방점은 '해외사업 강화'에 뒀다. 서 사장은 "집값 불안을 잠재우려는 정부 의지가 워낙 강하고 주택 수요 회복도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래서 해외사업을 명실상부한 사업의 중심축으로 삼을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7조5000억원의 매출 목표 가운데 30~35%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국내 업계 1위를 달리는 액화천연가스플랜트,열병합 · 바이오가스발전플랜트 등으로 세계시장에 도전할 것"이라며 " 작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 선정된 DBS공법(바이오가스발전플랜트공법)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축산분뇨나 음식물쓰레기,하수찌꺼기 등을 이용해 가스와 전기를 발생시키는 DBS공법은 50조원에 달하는 유럽시장에서 10% 이상 시장을 점할 것으로 기대했다.

서 사장은 "국내에서 원전시공 주간사를 맡았던 건설사는 대우건설과 현대건설뿐"이라며 "물꼬가 트인 해외 원전 시장에도 정부와 적극 협력해 향후 발주되는 원전 수주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