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마다 환자 급증…외출 삼가고 보행 장비 챙겨야

폭설에 혹한이 겹치면서 빙판길로 변한 인도에서 미끄러져 다치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주요 간선도로를 제외한 골목길은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낮에도 기온이 영하에 머무르는 강추위로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뼈가 약하고 운동신경이 떨어지는 노인에게 집 밖은 말 그대로 '살얼음판'인 셈이다.

◇ 병원에 노인 환자 크게 늘어 = 6일 서울시내 병원들에 따르면 지난 4일 폭설이 내린 이후 사흘 동안 미끄러져 다친 노인 환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북구 하월곡동 동서병원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두 명 정도의 낙상 환자가 진료를 받았지만 4일 이후 15명이 길에서 넘어져 병원을 찾았고 이 가운데 7명은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병원 관계자는 "인근 지역에 비탈길이 많은 특성상 환자의 대부분은 비좁고 경사진 골목길을 가다 미끄러져 다친 노인들이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도 하루 한두 명에 불과하던 골절 환자가 최근 하루 15명 안팎으로 늘어났다.

일부 환자들은 길이 미끄럽다며 진료 예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강남구 역삼동의 제일정형외과병원 역시 일주일에 한두 번 하던 골절환자 수술을 그저께부터는 하루에 두세 차례씩 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연세정형외과는 4~5일 이틀간 평소의 배가 넘는 낙상환자들이 찾았다.

병원은 최근 빙판길에서 넘어져 손목이나 골반, 고관절을 다쳐 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대부분 깁스 치료를 했지만, 일부는 상태가 심각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평택시 신장동 송탄정형외과에도 평소보다 배 이상 많은 낙상사고 환자가 내원했다.

병원 관계자는 눈이 많이 내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평상시보다 40%가량 줄었지만, 낙상사고 환자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빙판길에 넘어지는 노인이 늘자 복지관과 노인센터 등은 눈이 모두 녹을 때까지 `위험한 외출'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강북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어제와 오늘 곳곳에 빙판길이 있어 복지관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도 딱히 갈 곳이 없어서인지 어르신들이 힘든 길을 오시느라 서너 분이 넘어져 다쳤다"고 말했다.

◇ 낙상 사고 방지하려면 = 20~30대보다 골밀도가 낮은 노인들은 손목이나 발목, 엉덩이뼈가 부러지기 쉽고 고관절 질환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정웅교 교수는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뼈가 더 잘게 부서지고 다시 붙는 기간도 오래 걸려 치료하기가 어렵다"며 "한 곳이 부러지면 활동량이 줄어들어 인근의 다른 관절마저 굳어버리는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만 부득이하게 외출하면 등산화 등 잘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신고 보행기나 지팡이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절센터의 구경회 교수는 "낙상은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눈길에서는 적절한 신발을 착용하고 지팡이 등 보행 보조도구를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또 "평소 지구력과 근력, 유연성 운동으로 뼈와 근육을 튼튼히 해 낙상의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걷는 방법도 중요하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장갑을 착용하고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걸어야 한다.

보폭도 평상시보다 줄이는 게 빙판길에서 몸의 균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이광현 교수는 "보폭을 좁히고 되도록 다른 사람과 함께 걸으면 좀 더 안정적이다. 손을 옷 주머니에 넣지 말고 추우면 장갑을 끼고 걷는 게 균형감도 좋아지고 위급한 상황에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수원연합뉴스) 김계연 고은지 이상현 기자 tele@yna.co.kreun@yna.co.kr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