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앞서 있는 줄기세포 연구성과를 이른 시일 내에 상품으로 내놓겠습니다. "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대표이사 회장 겸 차병원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4일 영입된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꺼낸 첫마디다. 황 회장은 5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황 회장은 "3~5년 이내 상업화가 기대되는 분야가 여럿 있는데 안티에이징(anti-aging),피부치료,화장품 등이 대표적"이라며 "그동안 연구 노하우가 쌓여 있는 분야를 제품으로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이 수익을 다시 투자해야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세계적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이 차병원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1952년생 용띠 동갑내기인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이 도와달라고 적극 요청했기 때문.황 회장은 "내 친구의 친구인 차 회장과는 예전부터 잘 알고 지냈는데,지난달 초 차 회장이 그룹을 함께 성장시키자고 얘기해 심사숙고 끝에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차 회장은 차병원을 키웠을 뿐 아니라 포천중문의대를 인수해 CHA의과학대학으로 발전시켰고 줄기세포 분야에 적극 투자해 바이오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며 "차 회장의 능력과 비전을 공유해 한국 바이오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최근 한 달간 바이오 관련 전문서적 여러 권을 독파하는 등 준비를 해왔으며 지난해 8월 다시 피워 문 담배도 2주 전 끊었다.

차병원 관계자는 황 회장 영입에 대해 "삼성그룹 내 물산 · 전자 · 증권 · 비서실 등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데다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겸 은행장 등을 지낸 재무 · 금융 전문가임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황 전 회장은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춘 데다 국내외 산업계 금융계에서 두터운 인맥과 리더십을 쌓아 차병원 그룹이 추진하는 의료 및 바이오산업의 해외 진출 및 마케팅,외자 유치 등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2005~2007년 우리은행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 때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제재를 받은 뒤 회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후 서울행정법원에 제재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명예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한편 황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됐다는 소식에 코스닥기업인 차바이오앤은 이날 주가가 13.25% 뛰었다.

정종호/박준동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