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 쟁탈전…국내기업, 애플 아성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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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WAR' (2)소프트웨어가 승부처
컴퓨터보안업체 안철수연구소에는 '고슴도치플러스'라는 사내벤처가 있다. 2년 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소셜 네트워크 게임 '캐치미이프유캔'은 네이트 앱스토어에서 게임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굴지의 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가 게임 사내벤처를 둔 이유는 간단하다. 모바일 인터넷 시대엔 콘텐츠가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사활 건 콘텐츠 확보 전쟁
애플 구글 삼성전자 노키아 인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콘텐츠 확보를 위해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콘텐츠 시장의 승자가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최후 승자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e북,MID(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같은 모바일기기들에서 구동될 소프트웨어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낳는 것은 물론,모바일기기 수요마저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IT 기업들이 운영체제(OS)나 애플리케이션,트위터와 같은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멀티미디어 서비스회사인 큐박스의 권도혁 대표는 "이제 단순히 껍데기(하드웨어)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그 안에 담긴 유용한 콘텐츠가 뒷받침될 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OS시장의 쟁탈전이 특히 뜨겁다. 모바일 OS는 사용자 환경(UI)의 기반이 되는 핵심 소프트웨어여서 업체들 간 싸움이 가장 치열한 분야다. 기존 PC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로 세계 OS시장의 90%를 차지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갓 열리고 있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시장은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선 노키아의 모바일 OS '심비안'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갈수록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들 OS가 3~4년 내에 2강 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드웨어 강자들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다. 이 회사는 최근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바일 플랫폼(OS를 포함한 통합 소프트웨어 시스템) '바다(bada)'를 내놨다. 외부 개발자들이 바다에 맞춰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도 공개했다. 삼성식(式) 생태계 구축으로 모바일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에서다.
◆모바일기기,놀거리가 승부처
애플의 앱스토어는 2008년 7월 선보인 이후 유 · 무료 프로그램 10만개,다운로드 횟수 20억건을 넘어서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앱스토어의 인기로 아이폰 판매가 더욱 늘어나는 시너지 효과도 봤다. 이는 다양한 놀거리(응용프로그램)가 소비자들의 모바일기기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종합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드림위즈의 이찬진 사장은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파는 시대"라고 강조한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에 맞서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독자적으로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선보이며 콘텐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블랙베리로 유명한 캐나다의 림(RIM)은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인 '앱 월드'를 최근 열었고 MS도 '윈도 모바일 마켓플레이스'를 가동하고 있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는 2~3년 전부터 '오비 스토어'를 중심으로 게임 지도 등의 서비스를 강화하며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고 있다.
◆실시간 웹,SNS 시장도 주목
모바일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실시간(real time) 웹' 시장이 뜨고 있다. 스마트폰과 트위터 같은 실시간 인터넷 서비스 덕분에 사람들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곧바로 인터넷에 올릴 수 있게 됐다. 작년 이란 테헤란에서 터진 반정부 시위 때는 트위터가 CNN을 압도할 정도로 막강한 미디어 파워를 과시했다.
구글은 트위터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과 같은 SNS와 개인 블로그에 올라온 최신 댓글 및 게시글을 수 초 내에 업데이트해 주는 검색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실시간 웹이 모바일 시대에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업체들도 모바일 SNS,모바일 검색 서비스 준비에 한창이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제작사인 형아소프트의 신석현 대표는 "인터넷의 발달과 다양한 앱스토어 등의 등장으로 국내 개발자도 글로벌 시장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모바일기기의 확산은 기업은 물론 개인들에게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