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인년이 호랑이의 힘찬 포효(咆哮)와 함께 밝았다. 새해를 맞아 만나는 사람들마다 '돈 많이 벌어라.부자되라'는 덕담을 건넨다.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새해 재무설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주식에 투자해야 할지,부동산에 묻어놔야 할지,이도 저도 아니면 속편하게 은행에 넣어둘지,아니면 노후를 위해 일시납 연금에 가입하는 게 좋을지….전문가에게 물어봐도 속시원한 대답을 듣기는 어렵다.

재무설계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돈의 흐름을 알고 그 길목을 지키는 것이다. 부동자금이 언제,어디로 움직이는지를 알고 한발 먼저 움직인다면 돈 벌기는 생각보다 쉽다.

2010년 올 한 해 돈이 어디로 움직일까. 부동산,주식,채권 등 돈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거시적 경제환경뿐 아니라 미시적인 금융 여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우선 경기 사이클이 중요하다. 우리 경제가 지난해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출구 전략에 대한 논의가 무성한 것이 그 증거다. 그러나 침체 국면에서는 벗어났지만,그렇다고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고 확신하기도 힘들다. 경제 곳곳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는 큰 부담이다. 기업들의 투자도 정보기술(IT) 등 일부를 제외하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에도 한계가 있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이런 문제점 때문에 급격한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무설계에서 금리 변수는 매우 중요하다. 금리 흐름에 따라 주식,채권,부동산 시장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없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릴 것이라는 분석도 정답은 아닌 듯하다.

부동산 거품 논란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육 수요로 인해 서울 강남 등의 부동산 시장은 상승 여지가 있지만 그 밖의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금리 기조에서 주식시장은 언뜻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지만 현 주가 수준이나 성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자금 흐름을 둘러싼 이 같은 변수들로 인해 올해는 갈 곳을 정하지 못한 부동자금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MMF(머니마켓펀드)라는 저수지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재무설계를 하는데 있어 금융 변수뿐 아니라 비금융 변수들도 중요하다. 비금융 변수의 대표적 요소가 고령화다. 우리 세대는 고령화에 대비한 자금을 가능한 빨리 준비해야 한다. 늦게 하면 할수록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대문이다.

요즘 노후를 대비하는 필수 요소는 3층 연금이다. 3층 연금이라는 단어는 세계은행이 1994년 '노후 위기 모면(The Averting Old-age Crisis)'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에 대한 취약성을 해소하고자 퇴직연금,개인연금을 더한 3층 구조를 통해 노후를 빈틈없이 준비하자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