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보 공개 폐쇄성은 글로벌 경쟁 악화로
행안부, 내년 상반기내로 공공정보 대폭 공개

아이폰 이용자들이 경기도에 대해 화가 단단히 났다.

최근 '서울버스'라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에서 이용되는 경기도의 버스 정보 서비스를 경기도가 차단해서다.

고등학생이 제작해 화제가 된 이 애플리케이션은 상당수의 아이폰 이용자들이 이미 깔아놓았다.

GPS로 이용자가 서 있는 주변의 정류장을 자동 검색해 버스 도착 시각을 알려주는 등 갖가지 편의 기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추위에 벌벌 떨며 버스를 기다릴 필요 없이, 시간에 맞춰 버스정류장에 나가면 되는 셈이다.

경기도의 차단 논리는 간단하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경기도가 권리를 가진 정보를 도용했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기도가 버스 내의 통신 모듈을 활용해 수집한 정보의 (권리) 주체는 경기도"면서 "협의도 없이 남(경기도)의 정보를 가지고 도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경기도는 부랴부랴 차단 조치를 해제했지만, 이번 사례는 공공정보의 공개화 문제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공공정보 공개화가 국민 참여 확대와 행정 효율화는 물론 정보기반 서비스 발전을 위한 첨병이지만, 여전히 우리나라가 뒤쳐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블로거 '에스티마'는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뉴욕, 워싱턴 등 주요도시들은 무료로 시의 공공정보를 API(응용프로그램환경)화해 개발자들에게 제공, 더욱 투명하고 봉사하는 행정을 하는 추세"라며 "소위 '가버먼트 2.0' 트랜드인데, 데이터 제공을 막는 결정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고 날을 세웠다.

실제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범죄 정보, 교통 정보, 환경정보(가로수 총량), 지역에 따른 질병 발병률을 포함한 건강 정보, 식당 개설 정보 등을 공개했고, 개발자들은 이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중앙 정부도 공공정보 공개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지난 5월 'Data.gov'라는 연방정부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는 연방정부 차원의 데이터 저장소인 것으로, 접근 제한 없이 누구나 손쉽게 다양한 파일 형태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영국 정부도 최근 올해 말까지 'DATA.GOV.UK'라는 사이트를 개설하고 인구조사, 교육, 범죄, 건강, 환경, 군수 등 다양한 분야의 국가 기본 정보를 공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장에 아이폰의 예를 보더라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공공정보가 개방될수록 개발자들의 의욕은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정부도 공공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와 효과적인 공개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와 관련, 강성주 행정안전부 정보기반정책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확히 조사해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경기도의 차단은) 전반적인 정부 방침과 맞지 않은 일"이라며 "이 같은 아이디어는 격려하고 지원해야 하는데 (차단 조치는) 개발 행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안부는 최근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정보에 대한 현황 조사에 나서, 내년 초까지 조사를 끝낸 뒤 상반기 내로 정보 공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적극적으로 공개에 나설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이 공공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국가지식포털을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서울버스'의 사례는 공개화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일종의 해프닝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촌극이 발생한 것은, 그만큼 국내 공공정부 공개화 추진이 IT 기술 및 서비스 발전 속도에 뒤처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김수동 숭실대 교수는 "기술과 서비스의 빠른 발전으로 이용자 욕구가 높은 상황에서, 현 제도 아래 관공서가 수동적으로 준비를 하지 못한 가운데 발생한 초반기 현상"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정보의 공개화는 행정 효율화와 국민 참여 등의 부분에서도 중요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도 오픈 API가 시대적 흐름"이라며 "폐쇄적인 환경이 계속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 만큼, 가능한 한 빨리 정보를 공개하고, 각급 공무원들도 행정편의적 발상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