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줄곧 약세를 보여온 달러 가치가 최근 반등하고 있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파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기 때문이다.

연말을 맞아 투자자들이 이익실현을 위해 달러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달러를 빌려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 청산에 나서는 것도 달러 강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 가치 3개월 만에 최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달러 가치는 17일 유로화 대비 1.2% 급등한 유로당 1.4344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9월8일 이후 처음이다. 달러 가치는 호주달러와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각각 1%와 1.3% 뛰었다. 엔화에 대해서도 1% 가까이 올랐다. 이날 달러가 급등한 것은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전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멤버인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낮추면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인 게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세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달러 강세가 추세적인 변화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 들어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 기준으로 고점 대비 16% 급락했던 달러 가치는 이달 들어 4.4% 반등했다. HSBC홍콩의 리처드 예트센가 외환전략가는 "거시경제 환경이 최근 매우 중요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갑자기 미국 경제는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는 반면 다른 나라 경제는 생각보다 실망스런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경제회복의 큰 걸림돌로 지적돼 온 고용이 11월 이후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실업률은 전달보다 낮아진 10%를 나타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7일 성명에서 "고용시장 악화가 진정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고용시장 개선을 언급했다. 반면 유럽 호주 등은 최근 다소 불안한 모습이다. 영국의 지난달 소매판매는 지난 5월 이래 가장 빠르게 감소했다. 호주의 3분기 성장률은 기대에 못미쳐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 유럽과 중동에선 국채 디폴트(부도) 우려가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이 외환전략가 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달러는 내년 9월까지 유로,엔,스위스프랑 대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애덤 레이놀즈 소시에테제네랄 외환전략가는 "달러 가치는 전환점을 맞았다"며 "그동안 투자자들은 달러 가치 하락에 베팅했지만 이제 기술적 요소와 시장 반응을 종합해볼 때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가 강하다"고 밝혔다.

◆달러 캐리 청산 움직임

일각에선 최근의 달러 강세가 연말을 맞아 트레이더들이 올해 큰 수익을 낸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WSJ는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를 부추겼다며 투자자들이 (연말을 맞아) 달러 캐리를 청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달러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컴퍼니 산하 경제연구소인 맥킨지 글로벌인스티튜트(MGI)는 '기축통화 지위와 경쟁력' 보고서에서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MGI는 미국이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강달러 정책을 펼지 불확실하며 유럽도 굳이 유로를 기축통화로 '격상'시키려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MGI는 미국과 유럽 모두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위해 수출을 늘리는 게 절박하기 때문에 환율 안정을 주도하려 하지 않고 기축통화에 대한 '무간섭 정책'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 결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