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어제 "최근 경제5단체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포함해 기업인 70여명에 대한 사면을 청와대에 공식 건의했다"고 밝혔다. 체육계를 비롯해 강원도 출신 국회의원들의 이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요청에 이어 경제계가 뜻을 모아 사면을 탄원하고 나선 것이다. 이 회장 사면의 필요성에 이처럼 각계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번 성탄절에 반드시 특별사면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이 회장 사면이 절실한 것은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그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서 국제 스포츠계에 막강한 인맥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삼성특검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된 유죄 판결로 지난해 7월 스스로 IOC 위원 자격정지를 요청,발목이 묶여 있다. 이 자격을 회복해 올림픽 유치에 앞장서려면 사면 · 복권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8년 하계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경제발전과 함께 국가 브랜드를 끌어올리는 전기로 삼았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또한 그런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이번 평창의 도전은 세 번째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8년 동계올림픽은 2011년 7월 개최지가 확정될 예정인데 시간이 많지 않고,특히 IOC위원들을 대상으로 유치활동을 벌이려면 내년 초의 밴쿠버 동계올림픽만한 기회가 없는 실정이다. 지금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그의 사면에 대한 일각의 논란도 없지 않다. 하지만 동계올림픽 유치는 국가적 대사이고 보면,그에게 채워진 족쇄(足鎖)를 풀어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이제 겨우 회복세로 돌아선 우리 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도 그 당위성은 충분하다. 오늘날 삼성을 한국의 대표기업이자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키워낸 그의 경륜과 역량,경영 리더십이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에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회장 사면을 국익과 나라경제의 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