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다음주 인터뷰 대상자는 누구로 해야하나”

매주 월요일이면 슬슬 걱정이 앞선다. 수요일 목요일로 넘어가면 입안이 바짝바짝 마른다. 우리 신문의 대표 인터뷰인 ‘월요인터뷰’ 후보 선정 때문이다. 신문의 ‘얼굴’ 인터뷰인만큼 인물 선정이 까다롭기 그지 없다. 아무나 함부로 등장할 수 없는 지면이라는 얘기다.

대개 한번에 후보를 3-4명씩 올리면 편집회의를 통해 그 중 한명을 선정한다. 물론 3-4명의 후보자 중 단 한명도 못건질때도 많다. 그럴때면 재빨리 다른 후보를 물색해야한다. 죽을 맛이다. 늦어도 목요일까진 대상자를 정하고 금요일까진 인터뷰를 마쳐야 하는데… 대상자 선정도 쉽지 않지만 대상자를 정한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해도 상대방이 시간을 내줄 수 있는지… 또 시간이 있다고 해도 인터뷰에 응할지… 대개 우리가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은 시간이 없게 마련이다. 그만큼 뉴스의 중심에 있고 화제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도 그런 고민으로 월요일을 시작했다. 월요인터뷰로 인해 생긴 ‘월요병’과 함께 말이다. “아 이번주엔 또 누굴 인터뷰하나” 그때 언뜻 떠오른 인물 … “장미란이다!!!!”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6.고양시청)이 2009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장미란은 28일 오후 고양시 킨텍스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최중량급(+75kg) 경기 인상에서 136kg, 용상에서 세계신기록인 187kg을 들어 올려 합계 323kg으로 용상과 합계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이로써 장미란은 2005년부터 4회 연속(2005, 2006, 2007, 2009)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세계에서 가장 힘센 여장부’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을 포함하면 5년 연속 최고 권위의 국제대회 우승이다.

한국 역도 사상 세계선수권대회를 네 차례나 석권한 선수는 장미란이 유일하고 이 대회 4연패는 세계 역도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금자탑이다. 1987년부터 시작한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에서 4연패를 이룬 선수는 중국의 리야쥐안(1990년~1993년)과 탕웨이팡(1995~1998년) 두 명뿐이다.

장미란은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인터뷰에서 “경기가 끝나는 이 시간을 기다렸다”면서 “세계 4연패를 이뤄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세계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해 부담이 컸다”면서 “다음에는 세계 대회를 한국에서 안 했으면 좋겠다”고 웃음을 짓고 나서 “첫 한국 세계대회에서 우승해 기쁘다. 긴장하고 방심하지 않으면서 성공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곧바로 스포츠부 기자를 동원해 장미란과의 연락을 시도했다. 장 선수가 고양시청 소속인 관계로 고양시청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넣었다. 수소문 끝에 장 선수의 코치 최종근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냈다. 시작은 매우 순조로워 보였다. 이젠 장 선수 쪽에서 오케이만 하면 끝나는 것이다. 월요인터뷰는 한개 면을 전부 할애하기때문에 장 선수도 하고 싶은 얘기할 수 있어서 팬들과의 소통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장 선수가 쉽게 인터뷰에 응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취재기자가 전해주는 소식은 예상과 달랐다. 그때가 화요일. 기자와 통화한 최 코치는 “일단 장 선수 스케줄이 빡빡하다”며 “우선 장 선수와 상의해볼테니 나중에 연락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수요일 아침. 오늘은 반드시 확답을 받아내겠다는 각오로 출근했다. 아침부터 해당 기자를 압박했다. “반드시 인터뷰 성사시켜야 한다.니 능력을 보여다오”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던 기자는 “선배, 코치가 아예 전화를 안받는데요. 잠수탄거 같습니다. 대신 장 선수 핸드폰 번호를 알아냈는데 장 선수와 직접 연락해볼께요” “아 그래? 역시 능력있는 친구야. 그러면 바로 장 선수와 연락하면 되겠구나”

그러나 이게 참 순진한 생각이라는 걸 알아차린데는 불과 몇시간 걸리지 않았다. “선배, 장 선수도 잠수인가봐요. 연락이 안되는데요. 코치와 계속 연락해볼께요.” 그렇게 수요일이 지나고 목요일. 오늘 확답 못받아내면 월요인터뷰는 빵구가 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대타를 찾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결국 장미란 선수에게 매달리는 수 밖에 없다. 다시 한번 해당 기자를 협박했다. “월요인터뷰 빵구나면 니 얼굴 사진 전면에 싣고 나갈테니 알아서 해라”

천신만고 끝에 연락이 닿은 최 코치는 “지금 언론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 언론사와 개별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게 장미란 선수 생각이다”며 비보를 날려왔다. 그리고 한마디 더. “제발 좀 귀찮게 하지말아달라”며 전화를 툭 끊었다. 최 코치는 그래도 미안했던지 우리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인터뷰 응하지못해 진짜 미안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자”

최 코치의 말이 사실이라면 장미란 선수는 지금쯤 일본에서 푹 쉬면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소진한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있을 것이다. 부디 푹 쉬고 돌아와 다음 대회에서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세계를 번쩍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 선수에겐 진짜 묻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애인은 있나요?” “이상형의 남자는?” “시집은 언제쯤?” “딸 낳으면 역도 선수 시킬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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