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3분기 국민소득(잠정)'은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탄탄하게 지속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힘들다.

위기관리를 위해 정부가 동원했던 정책들이 끝없이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예상보다 좋은 실적

한은이 지난 10월말에 발표한 `3분기 국민소득(속보)'에서는 3분기의 전기대비 실질 성장률이 2.9%였다.

이는 2.5% 안팎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한은이 이번에 발표한 잠정치에서 3분기 성장률은 3.2%로, 속보치보다 0.3%포인트 높았다.

속보치에서는 9월에 대한 실적전망이 추정치였는데, 실제 집계결과 제조업에서 훨씬 좋은 실적이 나왔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전기대비 성장률 3.2%는 2002년 1분기(3.8%) 이후 7년6개월만에 최고치다.

전기비 성장률은 작년 3분기 0.2%에서 4분기에는 -5.1%로 추락했다.

올해 1분기에도 0.1%로 횡보했으나 2분기부터 빠르게 상승했다.

3분기 GDP의 전년동기대비 실질 성장률도 0.9%로 작년 수준을 웃돌았다.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작년 4분기 -3.4%, 올해 1분기 -4.2%, 2분기 -2.2% 등이었다.

따라서 1년만에 전년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정영택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정부 재정지출 확대와 한은 저금리 기조 등 금융완화 힘입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 보였다"고 말했다.

◇ 체감경기는 아직 미흡

그러나 경제주체들이 경기회복을 체감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제조업의 전기대비 성장률은 2분기 8.9%에 이어 3분기 9.8%에 이르렀다.

그러나 서비스업은 0.7%에 머물렀고 건설업은 0.5% 줄었다.

설비투자가 전기대비 10.4% 늘어났으나 작년 같은 분기보다는 7.4% 줄어든 상태다.

게다가 3분기의 GDP 증가율 3.2% 가운데 2.8%가 재고 감소폭이 크게 둔화된데 따른 것이다.

실질국민총소득(GNI)은 전기보다 0.4% 증가하는데 그쳐 2분기의 5.6%에 비해 둔화됐다.

이는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등에 따른 것이다.

GNI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생산 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벌어들인 총소득을 보여 주는 지표다.

국내 부가가치 생산량인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해외 이자.배당.근로소득 등 국외 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해 산출한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만 아직은 정부의 재정정책 등에 따른 영향이 큰 상태"라면서 "국민들이 경기회복을 체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지표 호조 지속 힘들 듯

3분기 GDP 증가율이 높은 것은 높은 곳에서 떨어진 공이 높이 튀어 오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하지만 공이 언제까지 빠르고 높게 튀어 오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연율로 환산하면 12%대에 달하는 이번 성장률은 앞으로 둔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3분기에는 추석이 10월(4분기)로 잡히는 등 계절적 요인과 정부의 신차 구매 지원 효과가 컸다"며 "이 같은 효과가 점차 사라지면서 4분기에는 0%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경기부양 여력이 소진되면서 정부가 소비를 지탱해주는 힘은 점차 낮아질 것이다.

2개 분기 연속 10%대 증가율을 기록한 설비투자 역시 아직 설비 확충이 필요하지 않은 제조업 가동률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지주 송태정 수석연구원은 "교역조건이 나빠져 성장률은 높은데 소득 증가율은 낮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지속돼 지표경기는 좋지만 체감경기는 그에 못 미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득 증가율이 낮으면 소비 여력도 커질 수 없기 때문에 내수 부문의 성장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송 연구원은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홍정규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