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요즘 소원한 관계다. 김 의원은 친박계의 좌장격이다. 실제 친박내 영향력만 놓고보면 박 전 대표 다음이라는데 별 이의가 없을듯하다. 친박계의 사실상 2인자라는 얘기다.

김 의원과 박 전 대표의 직접적인 인연은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고 있을때 김 의원이 박 전 대표 아래서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부터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속에서 당을 구해낸 주역이 박 전 대표였다면 실무책임자가 바로 김 의원이었다.

결과는 예상밖의 선전이었다. 당초 20여석 정도 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팽배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달랐다. 121석을 건지는 엄청난 전과를 올렸다.두 사람은 호흡을 잘 맞췄다.

두 사람은 이를 계기로 정치인생의 같은 배를 탔다. 공동운명체가 된 것이다.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때 김 의원은 사실상 박근혜 캠프를 진두 지휘했다. 게임에선 아슬아슬하게 졌다.

나중에 김 의원은 사석에서 “박근혜 대표가 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박 대표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2004년의 성공신화를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 두 사람의 관계가 삐그덕 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번 원내대표 경선때 친이명박계는 친박계인 김무성 의원을 밀기로 하고 박 전 대표에게 동의를 구했으나 박 전 대표는 한마디로 퇴짜를 놓았다. 김 의원으로선 엄청 서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로 원내대표가 물건너간것도 서운한데 최근엔 세종시 문제로 얼굴을 붉혔다. 김 의원이 세종시를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 박 전 대표가 바로 다음날 당의 존립을 거론하며 수정 불가를 못박은 것이다.

누가 봐도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이에 동조하는 발언을 한 김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 의원이 보스로부터 잇달아 물먹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10월 재보선때도 일부 박 전 대표 측근들이 “김 의원이 의기소침하니 격려를 해주는 게 어떠냐”는 건의를 했지만 박 전 대표는 조용히 “자신에게 맡겨 달라”는 말만 했다고 한다. ‘가까이 하기엔 먼 그대’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었다. “이제까지도 잘 박 대표를 잘 모셔왔는데 지금 다른 생각을 하는 건 미친 짓 아니냐”고 했다. 박 전 대표와 다른 길을 가는 건 상상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얼마전 아프가니스탄에 간 적이 있다. 당시 상황을 회고한 김 의원의 얘기가 엄청 섭한 상황에서도 박 전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잘 드러난다.

“아프가니스탄으로 갈 때 두바이를 들러서 카불가는 비행기 탔다. 사피라는 아프간 항공사 소속의 비행기를 타고 3시간 가는데 정말 죽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유서라도 써놓고 올껄 했다. 그리고 기도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고 죽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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