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맏형 격인 아부다비의 두바이 지원 소식으로 30일 국내 금융시장이 두바이발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증시의 급속한 안정 영향으로 코스피지수가 큰 폭 상승하면서 1,550선을 회복했으며 원.달러 환율도 1,160원대로 하향 안정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완화되면서 채권 시장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UAE가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어 제2의 리먼 사태에 대한 우려가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정부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도 지난 주말과 같은 패닉(심리적 공황)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아부다비의 지원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거나 부채가 많은 다른 국가들로 문제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한동안 여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원화값.금리 상승세

국내 주식시장은 유럽 증시의 반등 영향으로 1,550선으로 올라서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9시41분 현재 전 거래일인 27일보다 31.94포인트 오른 1,556.44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은 장 초반부터 매수 우위를 이어가며 700억원가량 주식순매수를 나타내고 있다.

두바이 쇼크로 20원 이상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
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35분 현재 1,163.80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동안 1,150원대를 언제 하향 돌파할지에 만 관심이 쏠려 있던 서울 외환시장에 두바이 사태가 예상치 못한 충격을 주면서 지난주말 환율은 1,175원 선으로 치솟았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두바이 채무불이행 소식에 곧바로 상승한 것이 아니라 유럽증시의 급락을 반영하면서 급등했다"면서 "따라서 유럽증시가 반등하자 불안심리도 안정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완화되면서 채권금리도 상승(채권값 하락)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10%로 지난 주말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주말 동안 유럽증시가 반등하고 뉴욕증시도 하락폭이 크지 않자 국내 금융시장의 반응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다시 빠르게 안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주말 뉴욕 증시는 장초반 2% 이상 폭락했지만 장 후반 1.5%로 하락폭을 줄였고, 유럽 증시는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하루 만에 안정을 되찾으며 상승세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 100 지수는 0.99% 올랐고 독일 DAX 30지수는 1.27%, 프랑스 CAC 40은 1.15%가 각각 상승했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투자전략가는 "유럽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하루 만에 진정, 반등했고 미국은 생각보다 덜 빠졌다"며 "UAE가 유동성 지원 방안을 내놔 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츰 안정세…여진은 지속

전문가들은 아부다비가 두바이 지원에 나서기로 하는 등 UAE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만큼 제2 리먼 사태에 대한 우려는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주말 두바이 정부 관리들은 UAE 중앙은행 관리들을 만나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UAE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으며 UAE 중앙은행은 자국 은행 및 외국계 은행 지점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유동성 지원창구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30일 일일점검체계를 구축하고 두바이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기로 한 점도 불안심리 진정에 일조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직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전반적인 규모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크지 않아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은 작다"며 "우리 금융기관이 두바이 쪽에 투자한 것이 적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외신인도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김 투자전략가는 "글로벌시장에서 이번 두바이 사태가 작년 리먼사태 때보다 경미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보니 국내 시장도 자율 반등 성격을 보이면서 회복해갈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장기간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부다비의 명확한 대책이 나오지 않은 데다 두바이 사태가 다른 국가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어 한동안 금융시장이 작은 변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바이 사태가 그리스와 헝가리, 아이슬란드 등 외채가 많은 다른 나라에 대한 위험을 고조시켜 유럽발 해외자금시장 경색이 나타나면 신흥시장의 외화유동성 악화와 자산가격 하락을 초래하고 외국자본 이탈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두바이 사태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신인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보름 만에 다시 세자릿수로 올라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 26일 전날보다 5bp(1bp=0.01%포인트) 상승한 100bp로 거래를 마쳤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두바이 정부의 투명성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아 장부외 부채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아부다비가 지원에 소극적이거나 선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지원절차가 순조롭지 않으면 시장에 안 좋은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두바이 충격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종전 1,150~1,160원대에서 움직이던 환율이 현 수준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는 하락 추세를 보이겠지만 연말까지는 박스권이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