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이트 "9.11 당시 메시지" 공개

'한국 여객기가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중 납치됐다!'

2001년 9월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국방부 청사(펜타곤)가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을 때 미국 재무부 비밀검찰국(SS)의 대통령 경호팀은 이런 내용의 메시지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국 직원들은 이날 워싱턴에서 차량이 폭발했다, 2명의 아랍 남성이 대통령 휴가지인 캠프 데이비드로 가는 길을 묻다가 체포됐다,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딸들은 안전하다는 등의 긴급문자를 쉴 새 없이 받았다.

물론 이 중에는 잘못된 정보도 뒤섞여 있었다.

이는 정부와 기업의 유출문건을 게시해온 미국의 온라인 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전달받았다며 25일 공개한 57만3천건의 무선호출기 메시지에 포함된 내용이다.

미 CBS 방송은 이 문건의 진위를 정확히 가리기는 어렵지만 9.11테러 당시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았던 사람들의 증언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전했다.

또한 무선호출 통신업체인 '유에스에이 모빌리티(USA mobility)'는 메시지 내용이 유출된 것 같다고 밝혀 정보의 신빙성을 높였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는 버지니아주의 지하 군기지인 '마운트 웨더'로 황급히 대피하려는 정황이 보인다.

"당장 마운트 웨더로 옮겨!", "되도록 빨리 4145 긴급번호로 연락해" 등의 문자가 그 증거. 4145번은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 산하 국가기관 수호 담당부서의 전화번호다.

FEMA의 대응은 굼떴다.

테러 4시간 후인 오후 12시37분 "아직 임무수행 지시가 없다"고 하더니 오후 2시께 비상 작전을 발동했다가 몇 분 뒤 취소했다.

세계무역센터가 공격받았을 때 가장 먼저 긴급문자를 보낸 것은 정부 기관이 아니라 센터에 입주해있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였다.

모건스탠리는 당일 오전 8시50분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월가의 다른 회사들도 곧이어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재택근무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또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의 한 간부는 "연방수사국(FBI)과 1만건의 요구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나타나 FBI가 테러 직후 도청 장비를 구매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자 중에는 테러 상황을 확인하고 전하려는 내용과 함께 테러 현장에 있던 친지에게 연락을 취하려는 내용도 많았다.

위키리크스 측은 메시지 공개를 통해 "그 사건(9.11테러)과 이후 비극적인 결과를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26일 나머지 내용을 추가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