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눈높이로 설계·시공
난방비 절감 등 기술개발도
사실 여성이 건설업계에 몸담는 경우는 드물다. 이른바 '노가다판'으로 불리는 건설현장은 여성이 감당하기엔 거칠고 험한 구석이 너무 많다. 요즘에야 안전의식이 높아졌지만 예전엔 건설현장 사고는 다반사였다. 이처럼 위험한 업종에 여성이 뛰어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동보는 전체 직원 중 여직원 비율이 30%에 달한다. 핵심요직은 더욱 여성인력들로 채워져 있다. 동보는 이런 여성인력이 갖는 섬세함과 알뜰한 살림꾼으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주부의 눈높이로 공간을 설계하고 꾸미기 때문에 동보가 짓는 아파트는 곧 주부가 원하는 것이 된다.
동보가 우량 건설업체로 성장한 것은 위기에 전혀 흔들림 없이 속이 꽉 찬 탄탄함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동보가 지켜온 내실 경영 원칙 덕분이다. 중견 주택건설업체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은 자금력이다.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동보는 그런 염려가 없다. 외환위기 때 잘 나가던 업체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지만 동보는 건재했다. 내 돈이 아니면 사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0원의 자본으로 80원어치의 사업을 한다'는 회사의 경영철학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회사가 감당하기 힘든 일은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고 남의 돈을 빌려 사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미분양 적체시대에 동보가 끄떡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실 경영과 함께 동보가 중시해 온 것은 인재양성과 주택의 품질향상이다. 이를 위해 동보는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임직원과 협력사들에 외국 현장과 우수 건축물을 시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100원을 들여 해외 견학을 보내면 돌아와서 100원 이상의 일은 한다'는 게 회사의 철학이다.
기술개발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건설업계 최초의 드라이비트 공법을 적용,10% 이상 난방비를 절감한 공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협력사에도 신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협력업체의 기술개발이 곧 주택 품질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품질은 다시 소비자들의 신뢰로 이어져 선순환의 구조를 이룬다.
동보주택건설은 결국 사람과 기술,이들을 조화시키며 능력에 맞는 만큼의 사업을 펼쳐 우량기업으로 성장했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한 걸음으로 탄탄한 중견 주택건설업체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