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세계의 이목이 쏠린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이곳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초미의 관심은 위안화 환율.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과거 일정 기간 동안 시장지향적인 환율시스템으로 나가겠다고 거듭 약속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경제의 펀더멘털에 기초해 그렇게 하는 게 전 세계 경기회복 노력에 필수적인 공헌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후 주석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작년 7월까지 3년간 위안화를 21% 절상한 것처럼 위안화 가치를 올려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후 주석은 기자회견 내내 환율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기자회견 전문을 인터넷을 통해 문자로 게재하면서 오바마의 발언 중 '환율'을 '규율(규칙)'로 바꾸었다. "달러는 약세면서 중국에 위안화 가치를 올리라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야오젠 상무부 대변인)라는 중국 측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오바마의 메시지가 중국 관영언론을 통해 왜곡된 건 이게 처음이 아니다. 오바마는 전날 상하이 과학기술관에서 이뤄진 중국 청년과의 대화에서 "미국에서는 정보유통이 자유롭고 많은 사람들이 나를 비판하기 때문에 미국의 '민주제도'를 더 강하게 하고,나를 더 좋은 지도자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화통신에서 '민주제도'는 '민족제도'로 탈바꿈했다. 게다가 중국 지도부는 "대화에 참가한 젊은이들을 공산당원 가운데 엄선했으며 사전교육까지 시켰다"(남방일보).

중국은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이 질의응답할 시간을 배정하지 않고,상하이에서의 청년과의 대화를 전국방송인 CCTV 대신 지역방송인 상하이TV 생중계로 축소했다. 신화통신도 인터넷 동영상으로 생중계하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문자로 시차를 두고 중계했다.

이런 행보는 "양국에 이견이 존재하는 게 정상적인 일이지만 중요한 건 서로의 핵심이익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후진타오 주석의 발언과도 맞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과 손잡고 주요 2개국(G2) 시대를 열기엔 넘을 산이 많음을 보여준 회담이었다.

오광진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