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경기 모습만 보시고 '매일 매일 잘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이번 프리스케이팅 연기처럼 연습에서 오락가락할 때가 잦아요"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 1980링크에서 치러진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19.고려대)는 7개 점프 과제 가운데 3개의 점프를 실수했다.

게다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플립, 트리플 러츠 등 '김연아의 필살기'로 손꼽히는 점프만 골라서(?) 회전수가 부족하거나 넘어졌다.

평소 김연아를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펼쳐진 것.
이 때문에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두 번째로 낮은 프리스케이팅 점수(111.70점)을 받으면서 총점 187.98점을 받아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부터 이어진 200점대 고공비행을 멈췄다.

잔뜩 위축될 법도 하지만 김연아의 표정은 언제나 그렇듯 '맑은 하늘'이었다.

점수에 대한 부담감과 컨디션 난조로 무거워진 몸 때문에 비록 목표로 세웠던 200점대 유지에 실패했지만 김연아는 오히려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경험을 했지요"라며 배포 큰 웃음을 지었다.

그랑프리 시리즈 7개 대회 연속 우승에 성공한 김연아와 '솔직-담백'한 인터뷰를 나눴다.

◇"예방주사 제대로 맞은 거죠"
이번 그랑프리 5차 대회를 앞둔 김연아의 심정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김연아는 "솔직히 (역대 최고점을 경신했던) 지난 1차 대회보다 못할 거라고 예상했어요.

컨디션도 그때만큼 못했고 시즌 첫 대회부터 매우 잘해서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칠 것 같다는 걱정과 불안감이 있었어요"라고 속마음을 밝혔다.

김연아는 그러나 "다행히 쇼트프로그램을 잘 치러서 프리스케이팅 연기까지 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쇼트프로그램이 끝나고 피로가 많이 쌓인데다 컨디션까지 좋지 않아 심적으로 부담됐어요.

아쉽지만 저도 항상 완벽할 수는 없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어 "프리스케이팅을 망쳤던 게 언제였더라...음...하여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때 이후로 이렇게 점프를 '말아먹은 적'이 오랜만이어서 당황스러웠지요.

첫 번째 점프부터 잘못되다보니 끝날 때까지 긴장돼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어요"라고 털어놨다.

◇강심장? "저도 긴장을 많이 해요"
이번 그랑프리 5차 대회를 준비하면서 김연아는 유난히 트리플 플립 점프에 민감했다.

트리플 플립 점프는 그동안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첫 과제의 콤비네이션 점프로 썼지만 지난 시즌 어텐션(에지 사용주의) 판정을 받으면서 이번 시즌부터 단독 점프로 돌렸다.

하지만 지난 1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점프 직전 스케이트 날에 얼음이 걸리면서 포기했고,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하지만 두 대회 모두 쇼트프로그램에선 가산점까지 챙기면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설까.

김연아의 설명은 간단했다.

"심리적인 문제였던 것 같아요.

팬들은 실제 경기에서 잘하는 모습만 보고 '매일 매일 잘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컨디션이 오락가락하면서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 때처럼 망치는 경우도 많아요"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토론토에서 훈련할 때도 어떤 날은 러츠가, 다른 날은 악셀이, 또 다른 날은 살코우 등 항상 잘 안되는 점프가 생긴답니다.

어떤 점프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더 긴장하게 되고 너무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더 못하게 되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다이어트? "잘 때쯤 꼭 배가 고파요"
너무 심각하게 인터뷰가 진행돼 주제를 살짝 바꿨다.

김연아의 키는 164㎝에 몸무게는 47~48㎏ 사이로 체지방이 10%대에 불과한 날씬한 몸매다.

김연아의 다이어트 습관이 궁금해졌지만 대답은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잠은 푹 잤다'는 일류대 입학생의 공부 비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연아는 "특별한 다이어트 식단은 없어요.

아침마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한식을 먹고 훈련장으로 향해요.

점심은 크리켓 클럽에서 샐러드나 과일, 빵, 두유 등을 먹고요 저녁에는 과일과 시리얼을 주로 먹어요"라고 평소 식습관을 얘기했다.

그는 그러나 "적게 먹는 것 같지만 과일에 수분이 많아서 그런지 배가 금세 불러요.

운동량이 많다 보니 연습하고 집에 가면 배가 고파요"라며 "절대 불쌍한 식단은 아니랍니다.

주변에서 가끔 '김연아가 제대로 못 먹어서 안쓰러워'라고 말하는 분도 계시는데 솔직히 먹고 싶은 건 다 먹어요.

꼭 잘 때쯤 배가 고파요"라며 살짝 웃었다.

한걸음 나아가 화장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화장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린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김연아는 "화장할 때는 화장만 생각하죠. 딴 생각하면 눈썹 라인이 비뚤어져요.

화장이 잘됐는지 집중해야지 딴 생각할 겨를이 있나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특히 "화장을 망친 기억은 별로 없어요.

중간에 이상해도 마무리는 잘 되더라구요"라며 "솔직히 화장이 잘 안 되면 혼자서 화도 낸답니다.

머리도 혼자서 정리하는데 혼자 하기 버거울 때가 잦더라고요.

그럴 땐 혼자 막 열도 받고요.

.."라며 '하하하' 소리를 내고 웃었다.

(레이크플래시드<미국 뉴욕주>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