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이 카푸 미래에셋증권 글로벌리서치센터 수석투자전략가는 11일 "이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카푸는 이날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6회 미래에셋증권 투자포럼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지정학적 우려로 인해 한국 증시가 저평가받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진 것은 무엇보다 한국 기업들의 강화된 경쟁력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건전해지면서 상당한 충격에도 견실함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주가 변동성도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글로벌 증시는 내년에 10~15% 추가 상승할 것"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을 중심으로 주식 비중을 늘릴 때"라고 지적했다.

카푸는 1994년부터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인 UBS와 모건스탠리아시아에서 투자전략가(스트래티지스트)를 지내다 2004년부터는 4년간 씨티그룹의 글로벌 전략가로 활동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직접 나서서 글로벌리서치센터의 수장으로 영입한 후에 "거물급 전략가와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할 정도로 월가에서 명성을 날렸던 인물이다.

◆기업 경쟁력이 코리아디스카운트 날려

카푸는 "(북한과의)군사적 충돌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해외 투자자보다 국내 투자자들이 오히려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며 "지난 몇년을 봐도 정치나 지정학적 문제보다는 경제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실제 외국인은 서해교전이 발생한 전날 2700억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으며 이날 620억원 정도를 순매도했지만 북한 리스크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빌 벨처 미래에셋 글로벌리서치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15년간 외국인 투자자들과 접촉해 왔는데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이제 지정학적 우려를 거의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시장 상승은 지속된다

카푸는 또 글로벌 증시가 내년 상반기까지 10~1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1820년 이후 증시가 급락했던 8번의 사례를 들며 "미 증시가 50% 정도 하락한 후에는 18개월 정도 지나 바닥 대비 70~75% 정도는 회복됐다"며 "지금은 바닥 대비 60% 정도 올라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푸는 다만 "1994년 2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후 이머징마켓의 버블이 꺼지기 시작했다"며 "시장의 가장 큰 위험은 예상치 못한 금리의 조기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아시아의 가파른 경기선행지수 상승세와 기업 실적 개선 등은 주식 비중을 늘릴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며 "인플레이션은 6개월 이후에나 걱정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와 유럽을 유망한 시장으로 꼽았다. 그는 "3월 이후 강한 랠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은 다른 이머징시장보다 저평가돼 있어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시장 내에서는 에너지와 은행 소매 업종의 비중을 늘리고 소재나 자본재 운송 부동산 등은 줄일 것을 권했다.

한편 이날 인사말에 나선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미국 영국 등 선진시장이 여전히 금융위기의 여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신흥국가들은 대조적으로 회복세가 뚜렷한 모습"이라며 "아시아 자본시장 역할은 경제적 위상 확대와 함께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