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 문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 계파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봉합할 구심점 공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당내 양대 계파인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진영은 세종시 해법을 놓고 `원안 수정 vs 원안 고수'로 의견이 양분된 뒤 서로 계파 결집을 통해 진검대결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급기야 9일에는 정두언 정태근 의원을 비롯한 친이 직계들은 박근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공격에 나섰고, 한선교 이정현 의원 등 친박 의원들도 정운찬 총리를 향해 맹공을 퍼붓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처럼 계파간 대립이 `자중지란' 양상을 띠며 격화되고 있지만, 이를 중재하고 완충시킬 당내 구심점이 없어 계파 갈등이 앞으로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정몽준 대표가 지난 9월 당 대표직 승계 이후 계파 사이의 `교량역'을 자임하면서 계파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당내 뿌리가 없는 데다 양 계파의 강한 견제를 받고 있다.

당내 최다선인 6선으로 원로급에 속하는 박희태 전 대표와 홍사덕 의원이 건재하고 있지만, 이들도 계파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게다가 과거 친이-친박간 갈등이 불거졌을 때 `해결사'역을 맡아 박 전 대표측과의 물밑 접촉 등을 통해 중재를 해왔던 이상득 의원도 지난 6월 `정치 2선후퇴' 선언 이후 당 현안에서 한걸음 비켜나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친이-친박간 갈등에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당 내홍이 깊어가고 있는 데 대해서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계파 갈등이 가깝게는 세종시 문제에서부터 멀게는 내년 지방선거, 차기 대권구도를 놓고 갈수록 깊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당장 세종시 문제를 놓고서도 친이-친박 진영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게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세종시 문제를 놓고 적전분열 양상이 양 계파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정부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기까지 냉각기를 가질 것이라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친이계 한 핵심 의원은 10일 "세종시 문제로 인한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양 계파가 당내 분열을 바라고 있지 않기 때문에 냉정을 되찾지 않겠느냐"면서 "문제는 당내에서 이를 중재할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