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고 노력해 본 사람은 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 살도 찌는 순서대로 빠지는 게 아니다. 제일 안 빠지는 살은 얼굴의 심술보 같은 볼살과 턱살이다. 아랫배,옆구리살(러브 핸들) 등도 아무리 노력해도 살이 잘 안 빠지는 부위다. 배나 옆구리의 살은 지방흡입술이라도 적용해볼 수 있었지만 볼살과 턱살은 지방흡입술을 해도 붓기만 하고 멍만 들었다. 눈에 가장 잘 띄는 부위라서 마땅한 치료법을 찾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루트로닉이라는 국내 레이저 회사가 획기적인 지방용해 레이저를 개발해 관심을 끈다. 1440㎚ 파장으로 기존 외국산 레이저에 비해 직경으로 5배,볼륨으로 따지면 125배 강력한 레이저를 내놓은 것이다. 이는 미국 하버드대의 유명 레이저 학자인 록스 앤더슨이 시사주간지 '타임'에 '멀지 않은 미래에 비만은 지방을 녹이는 레이저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한 지 불과 수년 만에 한국에서 이를 가능케 한 레이저를 개발한 것으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지방용해,엄밀히 말해 '지방조각(彫刻)'레이저는 물과 지방 조직에만 특이성을 띠고 피하층에 있는 신경과 혈관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아 지방만 녹일 수 있다. 레이저가 나오는 파이버의 직경이 0.6㎜,지방조직에 꽂는 캐눌라관의 직경이 1㎜ 이하로 바늘 구멍만 내어도 삽입할 수 있고 레이저열로 인해 지방흡입 후 발생하는 피부 늘어짐이 없다.

멍이나 부종이 크게 줄었고 통증이 거의 없다. 따라서 전신마취할 필요가 없고 레이저에서 발사되는 열로 세균이 소멸되므로 패혈증이 생길 우려도 없다. 섬세하게 지방을 없애야 하는 부위에서 아주 유용하며 셀룰라이트(중년 이후 여성의 뱃살에 나타난 각질화된 비만) 치료에도 효과가 크다.

앞으로 남은 과제라면 녹인 지방을 얼마나 체외로 잘 배출시키느냐다. 현재로선 눈밑 지방,액취증,주름 등을 피부손상 없이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동안 비만치료에는 지방흡입술의 부작용이 논란이 됐지만 레이저 지방조각,PPC(포스타티딜콜린) 주사 등 다양한 해결책이 등장해 예쁜 보디라인과 V라인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다.

황규광 세련피부과 원장(서울 논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