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타작가 마크 퀸은 자신의 머리 형상을 그대로 뜬 뒤 그 속에 자신의 실제 혈액 4ℓ를 넣어 만든 충격적인 작품 '셀프'시리즈로 유명하다. 1991년 처음 '셀프'를 제작한 이후 조금씩 자신의 피를 뽑아 모았다가 5년마다 한 점씩 선보여왔다. 충남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는 최근 그의 세 번째 작품을 20만파운드(약 3억6000만원)에 사들였다. 이 작품은 오는 10일 아라리오 갤러리 개관 20주년 특별전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마크 퀸을 비롯해 프랑스 출신 조각가 루이스 부르조아,조안 미첼,로메로 브리토,올라퍼 엘리아슨,구사마 야요이 등 해외 인기 작가의 작품뿐만아니라 한국 근대 미술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박수근 화백을 비롯해 이중섭,김환기,천경자,백남준 등 국내외 화단의 거장들의 작품이 늦가을 화단을 물들이고 있다. 메이저 화랑들이 국내 미술관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세계 정상급 작가들의 작품을 가을 기획전을 통해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것.가족,여인과 함께 만추의 햇살 아래 미술품을 감상하며 마음의 여유를 담아올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내 신세계갤러리는 백화점 개점 79주년을 기념해 박수근과 이중섭,김환기,천경자의 작품을 모은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전'을 열고 있다. 박수근의 작품 '노상의 사람들''농악'을 비롯해 이중섭(4점),천경자(8점),김환기(10점) 등 인기 작가들의 작품 26점을 '간판'상품으로 출품했다.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회화적인 질감이 느껴지는 수작이다. 작품 가격만 200억원에 이른다. 서울에서 오는 22일까지 전시된 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갤러리에서 24일~12월13일 전시가 계속된다.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해 마르크스 루퍼츠,앤디 워홀,네오 라흐,지그마 폴케 등 미국과 유럽의 쟁쟁한 현대미술가의 작품은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는 10일 서울과 천안에서 동시에 개막하는 아라리오 갤러리 개관 20주년 특별 기념전에는 국내외 인기 작가 20여명의 작품 35점이 출품된다. 김창일 회장의 소장품으로 꾸며지는 이번 전시회에는 마크 퀸의 '셀프' 외에도 네오 라흐의 대작,지그마 폴케의 '서부에서 가장 빠른 총' 등이 나온다.

한 · 일 정상급 작가들의 작품은 서울 통의동 진화랑의 개관 37주년 기획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오는 1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이우환을 비롯해 정창섭 하종현 김태호 이강소 유희영 등 단색화 계열의 작가들과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일본 전위예술의 대가인 야요이 구사마,일본 추상화를 이끄는 노다 히로지,다쓰노 도에코 등이 참여했다. 한 · 일 양국의 추상 화단의 중견 및 원로 작가를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오페라갤러리는 오는 5일 개관 2주년 기념전에 브라질 출신 인기 팝아티스트 로메로 브리토를 초대한다. 브리토는 입체주의 양식에서부터 팝아트,그래피티 등 다양한 미술 사조들을 자신만의 밝고 희망적인 언어로 엮어 내는 작가. 이번 전시에는 특유의 밝고 생생한 색감,즐거운 주제,굵직하고 대담한 구조로 구성된 30여점이 걸린다. 이 밖에 부산 조현화랑은 영국 출신 '회색 그림의 화가' 알란 찰톤의 개인전(6일~12월13일)을 준비 중이며,국제갤러리는 미국의 인기 추상화가 조안 미첼의 작품전(22일까지)을 열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