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농구에서 SK 김진(48) 감독만큼 오심과 `악연'이 질긴 감독도 없다.

지난 27일 서울 라이벌인 삼성과 SK간 대결 당시 결정적 승부처에서 공과 관계가 없는 `어웨이 파울'을 둘러싸고 심판의 오심이 나오자 농구계 안팎에서는 "또 김 감독이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프로농구계에서 지금도 회자되는 대표적 `오심 논란'에서 김 감독은 수 차례 그 중심에 서있었다.

2002-2003 시즌 자신이 맡았던 대구 오리온스와 원주 TG와 챔피언결정전 5차전.
4쿼터 종료 1분16초를 남긴 가운데 타이머가 15초간 멈추는 소위 `15초 사건'이 발생하면서 김 감독과 오심의 악연은 시작됐다.

이 상황에서 당시 76-70으로 앞서가던 동양은 TG 잭슨의 3점포를 얻어 맞았고 종료 37.7초를 남기고 다시 3점슛을 허용, 동점을 허용하면서 4쿼터를 동점으로 마친 뒤 3차 연장 끝에 패했다.

KBL은 경기운영의 잘못을 시인하고 재경기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TG가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한데다 동양도 대승적 차원에서 한 발 물러서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듬해 2003-2004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김 감독의 오리온스는 창원 LG와 3차전에서 심판이 실린더 룰을 잘못 적용해 역시 다 잡았던 경기를 내줬다.

76-73으로 앞선 오리온스가 4쿼터 종료 12.5초전 공격을 하는 과정에서 김병철의 레이업슛이 림을 맞고 튀자 달려들던 오리온스의 용병 바비 레이저가 살짝 건드려 넣었다.

그러나 심판은 `실린더룰'(공이 림 위쪽에 위치해 있는 순간 수비나 공격 선수가 이를 건드릴 경우 득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적용, 득점 무효를 선언했고 김 감독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LG 빅터 토마스의 3점포로 76-76 동점이 되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 들었고 결국 연장전에서는 LG가 승리를 가져갔다.

당시 KBL은 실린더 룰 적용이 잘못됐다고 결론짓고 해당 심판들에게 중징계를 내렸지만 경기 결과는 뒤집히지 않았다.

2007년 1월14일 울산 모비스와 정규경기도 오심 논란의 대표적 예다.

85-85로 맞선 가운데 경기 종료 1.2초를 남기고 모비스 양동근이 우지원의 원바운드 패스를 받아 한 차례 드리블로 오리온스 마커스 다우잇의 수비를 피한 뒤 레이업 슛을 성공시켰는데, 즉각 공이 경기 종료 이후에 양동근의 손을 떠났다는 논란이 일었다.

공이 선수의 손에 닿은 뒤부터 시간이 흐르기는 하지만 드리블 한 번으로 수비를 따돌린 뒤 레이업을 성공시키는 과정이 1.2초 만에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평이 많았다.

게다가 당시 양동근의 손에서 공이 떠나기 전에 이미 백보드에 경기 종료를 알리는 적색 램프가 선명히 켜져 있는 장면이 잡힌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KBL은 심판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2007-2008 시즌 오리온스에서 SK의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올 시즌 또다시 오심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

김 감독은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더 강한 톤으로 KBL에 재경기를 요청한 상태다.

김 감독이 이를 계기로 오심과의 `악연'을 끊을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